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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사는 거리

그 이방인들이 사는 방법

by Le Studio Bleu
서안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들의 모습


오후의 성안 시내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구도심을 정비하면서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이 모습들이, 현대와 과거가 혼돈되어 불안하게 어우러진 기분이 든다.


공산당이 관리해서 엄격할 것 같지만 결국 허술한,이런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중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커다란 나라의 사람들은

무질서를 극도로 싫어한다.


공공의 질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자유 정도는 가뿐히 포기해야 한다고 교육받는 대륙의 사람들.


그래서일까?

중국 어디를 가도 천편일률적인 풍경들에서 가끔씩 특이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 나는 기쁨을 느낀다.


반나절의 시간이 이미 지나버렸기에,

마음속으로 목표를 이미 정하곤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회족 거리(回民街)'

서안에서 가장 이색적인 풍경의 동네라고 한다.


우리 역사에선 회회인이라고도 불리는 회족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화민가로 가는 길, 성문 아래에서


이곳 서안은 중국 어느 도시보다도 (물론 서부의 위구르 지역을 제외하곤) 커다란 무슬림 거주구역을 유지하고 있다.


실크로드가 실질적인 부를 가져다주던 옛 시절, 수많은 이슬람 상인들이 서안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상점도 운영하고, 그들을 위한 숙박업소와 음식점들도 생겼다고 한다.


서안의 회족거리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무역을 하던 이들, 이들을 지켜주고 경비하던 용병들, 통역사들... 이런 사람들이 어우러져 마을을 만들고, 같이 살아가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무슬림 거주구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무엇보다도 중국 정부가 이들을 한 군데 모아서 관리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인을 대하는 이런 정책은 중국의 왕조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묵시적으로 지켜져 왔다).


어제까지 꺼림직한 취급을 받던 이방인들의 동네가,이제는 유명하게 되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화민가 입구
회족거리 입구를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번화한 거리 모습

500 여미터 남짓한 거리로 들어간다.


아직은 많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저녁이 아침보단 멋진 곳이라고 한다.


이 거리의 명물은 양고기 음식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기에, 돼지고기 천국인 중국에서 특이하게도 돼지요리 와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곳이다.

(혹시 술과 삼겹살 생각이 나신다면, 이 곳은 패스하시길)


찜통 속에서 익고 있던 양고기 만두들, 회족거리의 명물
거리 옆을 들어서면 좁지만 아기자기한 작은 골목들이 나온다.


같이 어울려 산지도 수 백년이 지난 시간,

이들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인식은 좋아졌을까?


음... 글쎄,

사실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이곳 회족들에 대해 나의 중국 친구들이나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조심해라는 말들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가난하고 사나운 동네에 사람들이라 소매치기나 잡다한 범죄가 많다는 것이 그들의 조언.


그렇다면 이 거리의 사람들도 내가 한눈을 팔면,

언젠간 나에게 접근해 지갑을 빼가는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풍경들을 즐기고 싶다.


골목을 벗어나면 모스크가 나오고,

근처에는 유명한 시장거리가 나온다.


저기 골목 귀퉁이에서 문이 열리고,

문 밖으로 나오던 한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에 히잡을 두른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 왔다.


이 미로 같은 도시,

나는 겨우 한 발을 들여놓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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