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마을의 회교사원
칭전스(清真寺),
맑은 진리가 흐르는 사원.
중국 사람들은 이슬람의 '모스크' 를
이런 이름으로 부른다.
어느 지역을 가든,
모스크는 회족들의 거주구역의
정가운데에 위치한 가장 신성한 공간이 된다.
그래서일까?
모스크가 가까워 올수록, 점점 사람들의 인파는 줄어들고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가이드북에 나온 이름은 칭따전스(清大真寺)
베이징의 모스크 이름도 칭전스 였는데,
글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형용사 + 명사(?)라는 철저한 문법에 길들여진
나의 뇌에서 자꾸 의문이 생겨온다.
왜 이곳 이름은
따칭전스(大清真寺)가 아닌, 칭따전스 인걸까?
(크다는 대(大)자는 분명 형용사인데)
예전에 회사 다닐 땐,
보고서에 처음 보는 영단어 스펠링 찾아오라는
회사 상사들이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될까 살짝 두려워진다.
이런 쓸데없는 호오~기심 ㅎ.
도심 한가운데,
사람들이 사는 건물들 사이로 커다란 문이 나온다.
'이게 모스크라고?'
어느 나라를 가나 동그란 돔 모양의 지붕을 가진, 알록달록한 모스크만 보아오다가, 이런 기와지붕을 가진 문을 만나니 당황스러웠다.
뭐 이런 모습의 모스크가 있담?
'또 사기당하는 건가?'
나는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문 옆에 작은 매표소 창이 열리더니
아주머니가 나를 빼꼼히 쳐다본다.
"시간 없으니 들어가려면 빨리 가요."
정말 시계를 보니 5시가 가까워온다.
나는 한숨을 쉬곤 표를 한 장 샀다.
그래,
남쪽 정원에선 400년 전에 다녀갔다던,
라이언도 찾아봤는데 뭐~
나는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안은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박작거리던 바깥 풍경과는
전혀 다른 조용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슬람 친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이교도 (그의 입장에선 다른 신들도 좋아하는 내가
그렇게 보일 테니까) 들은 모스크에 들어갈 수가 없
으니까, 안이 궁금하면 코란 공부를 해보렴."
물론 삼겹살을 포기 못하는 나는 그 말을 거절했다.
여기선 적어도 그 친구의 말이 틀린 것 같다.
신성한 알라의 대문도 여기서는,
마오쩌둥 초상화가 그려진 지폐 몇 장이면 열리게 된다.(내 무슬림 친구가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런 불신자놈' 이라고 말할 것 같다.)
나는 사원 안의 높이 솟은 탑을 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특이한 모습에 마음이 끌린다.
정원 안으로 따듯한 햇살이 들어왔다.
높이 솟은 비석이 나의 눈에 들어온다.
신비로운 모습에 비석을 바라보다가,
어제를 산 누군가의 흔적이라 생각하니 경건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한걸음 떨어져서
비석 옆의 여러 모양의 부조들을 살펴본다.
여러 번 시대의 부침을 겪었을 문양들.
그래도 다시 어떻게 복원되어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홍보되고 있다.
다시 한 발짝,
정원 안으로 발을 들인다.
문 하나를 통과하고,
또 비석 하나를 지나면 다시
신비로운 정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구조라면 무언가 위험한 순간에,
쉽게 침입을 받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낮고 작은 돌담들 보다 훨씬 높은,
성곽 같은 벽들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생각이 확신으로 바뀐다.
실제로 중국과 서방의 사이가 좋을 때에는
이들 회교도들은 서역의 ‘부와 기술’ 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존재였지만,
중국 내부에 반란이 일어나거나,
변덕스러운 중국 관리들이 나쁜 마음을 품었을 때,
이들은 가장 먼저 공격당하던 애증의 존재였다.
작은 정원 안은 사람도 없이 조용하다.
아마도 활기찬 중국 사람들도,
무슬림들에게 인기 있는 이곳은 좋아하지 않나보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사진도 찍고,
벽에 쓰여있는 글자들도 읽어 본다.
갑자기 뭔가가 나의 발을 쳤다.
놀라서 쳐다보는 나의 발 밑에,
검은 고양이 하나가 나타나선,
냄새를 맡기도 하고 머리를 부비기도 한다.
고양이 과자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나저나 이 조용한 공간에서 만난
첫 생명체가 '고양이' 라니.
냄새를 묻히고 애교를 부리던 녀석이, 나의 가방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녀석은 갑자기 하품을 하더니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예언자의 기도시간이 다가왔다.
그 시간,
고양이 '무에자' 는 예언자의 소매 폭에 들어가
가장 행복한 잠을 자고 있었다.
예언자께선 ‘무에자’ 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소매를 자르곤,
곤히 잠든 고양이를 덮어주었다.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돌아온 무함마드.
고양이 '무에자' 는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무에자'는 자신을 위해,
옷 소매를 잘라준 예언자를 향해,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절을 하였다..."
이슬람을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와
평생을 그에게 충성한 고양이, '무에자'의 이야기다.
예언자의 사랑을 듬뿍 받던 '무에자'의 후손들은,
나도 허락받지 못한 모스크의 자유 출입을 허락받았다 (우리집 고양이가 무에자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으련만...)
문득,
이 신들의 정원 안에서 만큼은, 무에자의 먼 후손인 이 도도한 고양이가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언자의 고양이를 따라 안으로 움직였다.
그나자나 이 녀석은 나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사방은 고요하고 햇살은 따듯했다.
PS: 서안의 모스크가 따칭쩐쓰(大清真寺)가 아닌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Great Mosque 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르침을 주신 이맘같은 친구에게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