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시작되다
"그렇구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는 중학생이라고 했다.
체구가 작은 남자아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일하는건 문제가 없는걸까?)
아름다운 불빛으로 뒤덮인 바깥 풍경은
적어도 이 아이에게는 상관없을 일상이다.
"힘들지 않니?"
물어보는 나에게 아이는 미소지어 보였다.
"힘든 것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쳐 주세요."
아이의 미소가 말하는 것 같았다.
밤의 아름다움에 취하지 말것.
길 위에서의 경험이 귓 속을 속삭인다.
역사가 깊지만 빛이 바랜 도시일수록
밤의 풍경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마치 무대위의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며,
세월이 만든 주름을 감추려 진하게 화장하는 나이든 연극배우 처럼, 형형색색의 빛들이 낡아버린 성곽의 깨어진 틈새들을 감춘다.
이런 도시에 삶은 어떨까?
서빙하러 다른 테이블로 뛰어가는 아이를 보며 생각해보았다. 바쁜 아이의 분주한 모습을 보니 대답은 영영 들을순 없으리라
강남 지하철역 앞에서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어린 나이에 접시를 나르던 아이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조금 빠른 인생이란 레이스의 참가자.
심심해진 나는 손위에 모바일폰을 바라본다.
간단한 손가락 운동으로 궁금한 모든 대답을 얻을 수 있는 멋진 시대가 왔다.
Q. G 야. 이곳은 삶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말해줘.
A. 좋은 질문이에요. 물어보신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 어떤 작품이 큰 인기를 끌 때는
—> 장안지가귀 (長安紙價貴)
* 대도시에서의 고된 삶을 말할 때는,
—> 장안거 대불이 (長安居 大不易)
* 세상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를 말할 때는,
—> 장안의 화제 (長安의 話題)
이 표현들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어요.
깔끔한 대답.
G 가 나에게 말했다.
시간이 지나고,
멋진 시대가 와도 변하지 않아.
화려하지만 고된 도시살이.
<< 서안, 대연탑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