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만이 팀장이 되는 것일까
누군가 팀장이 됐다는 승진 공고가 뜨면 대체로 둘 중 하나의 반응이다. "역시, 될 줄 알았어" 또는 "쟤가? 왜?"
앞선 반응은 애초에 일을 제법 잘했던 사람일 것이고 후자는 일도 그저 그렇고 딱히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는데 어째서?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일 것이다. 과연 누가 팀장, 그러니까 '리더'로 더 적합할까? 당연히 전자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지내보니 꼭 그렇지는 않더라. 어떻게 그걸 아냐고? 내가 슈퍼일잘러가 아니니까 알지!
슈퍼 일잘러로 이름 좀 날린 사람이 팀장이 되면 대부분 초반에는 인정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팀장이 이끄는 팀원들은 왠지 모르게 힘들어하고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한다. 왜 그럴까? 팀장이 너무 잘나서 팀원들이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기 때문일까? 틀렸다. 완전 그 반대다. 팀원들이 리더에게 무언가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인데 그 부족함을 나는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슈퍼일잘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일잘러가 팀장이 되는 경우 처음부터 기준치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 단적인 예로, 내가 하는 기획이라는 업무를 기준으로 예를 들면 기획자에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의 결과는 '기획서'가 가장 앞단에 있다. 처음 팀장이 된 일잘러는 자신의 주니어 팀원이 가져온 기획서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대체 다 뭐야?' 알맹이는 하나도 없고 내용은 너무 난잡하고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어떤 기획적 요소가 담겨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말이지 처참한 기획서를 직면한다.
나는 일잘러가 아님에도 이런 경험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일잘러들에게는 얼마나 그 기획서가 하찮게 보일 것인가? 이런 경우의 일잘러의 반응은 대게 솔직함을 드러낸다. 잘못된 부분을 명확히 지적하고 "이건 다 너를 위한 것이야"라는 같잖은 충고를 건네며 으스댄다. 팀원들도 한두 번은 그 솔직함을 진심 어린 충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충고가 계속된다면 팀원들은 위축되기만 할 뿐이다.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일부 슈퍼 일잘러 팀장은 내게 이런 말을 건넨다. "아니, 내가 말하는 게 어렵나? 쟤들은 왜 이걸 못 알아듣지?" 슈퍼 일잘러 팀장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팀원들이 왜 그렇게 힘든지, 그리고 왜 그를 떠나는 것인지. 그에게 그저 심심한 위로만 건넬 뿐, 속으로는 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의 팀원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래도 슈퍼 일잘러는 처음부터 자신감이라는 것을 갖고 시작한다. 나름대로 일로 인정을 받은 인재이니 대우도 그만큼 받고 시작을 할 수 있지만, 일못러가 팀장이 되면 처음부터 우여곡절이 많다. '쟤가 대체 왜?'라고 생각하는 슈퍼 일잘러들의 공격들이 시작되고 공격을 방어하느라 하루 종일 총알받이를 하며 스스로 나가떨어진다. 하루가 너무나 고되다. 계속 얻어맞으면서 대체 언제까지 이 총알을 받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매일이 죽을 맛, 총알 받아내느라 팀원들의 성장까지 챙길 겨를이 없다. 알아서 크도록 내버려 두게 되고 그 성장에 있어서 충고나 관여보다는 응원을 하는 것이 최선이 된다.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해준 게 없으니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라고 격려만을 하게 되고 뭘 가르쳐주는 건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팀장 스트레스 같은 것은 주지 않는다. 팀장 스스로 여유가 없어 보이는 탓에 팀원들은 측은함을 갖고 알아서 일을 처리하게 된다. (어 잠깐.. 쓰다 보니 내 얘기인가 싶네?)
그렇게 슈퍼 일잘러들과 달리 수많은 공격을 받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총알을 피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날아오는 총알에 어떻게 맞서야 중간이라도 가는지 알게 된다. 눈치라는 것이 조금 탑재되기 시작하고 나름대로 공격을 방어하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된다. 여기에 챙길 여력이 없어서 알아서 크라고 방목했던 팀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경우, 팀의 만족도마저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 '리더십'이 발현되지 않으면 여기서 끝이다. 계속 그렇게 멍청하게 일도 못하는 일못러가 내 팀장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저 자리를 내가 하고 말지 제거해버리려는 적이 생길 위험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들은 많이 일어난다. 일못러가 다 키워놓은 팀을 일잘러가 낚아채버리는 상황, 회사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이다.
이처럼 일을 잘한다와 못한다는 리더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할까. 관상가를 불러다 "누가 리더가 될 상인가?"하고 묻기라도 해야 할까? 아니다. 애초에 자격이라는 게 없다. '저 사람은 리더상이야' 라거나 '타고난 리더 유전자가 있어' 같은 소리들은 집어치우는 게 좋겠다. 리더가 될 면상 즉, '리더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추상적인 느낌만으로 그 중요한 리더를 선택하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일잘러든 일못러든 우선 팀장이 됐다면 '리더십'을 갖춰야 '팔로워십'을 득할 수 있다. 팀장이 됐다고 해서 모든 팀원들에게 팔로워십이 생기는 것이 아님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팀장은 단순히 회사 내 권위나 권력, 책임 같은 역할만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위계상 높은 자리를 준 만큼, 인간적으로 높은 품격을 가져야 하는 존재다.
이것은 품위를 지키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놀다 보면 그 동네를 휘어잡으며 놀이를 주도하는 골목대장을 목격한 바 있다.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그 친구가 하자면 왠지 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들며 뭔가에 홀린 듯 따라서 그 친구와 함께 놀게 된다. 팀장도 똑같다. 팀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더 즐거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골목대장이 되어야 한다.
리더십이라는 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객관적 지표가 아니기에 팀장이 된다고 해도 리더십이 잘 발현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 따져보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렇기에 결과론적으로 얼마나 그 팀이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는가를 보고 리더십이 있는지 판단을 하게 된다. 리더십이 있는 팀장이라면 팀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물론, 일의 동기부여를 잘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일을 꼭 잘해야 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일을 잘하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다. 일잘러든 일못러든 회사를 다니다 보면 누구든 팀장이 될 수 있고, 팀장으로 그치지 않고 '리더'로 거듭나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역할이다.
팀장이 된 당신,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안심해서도 안되고 일을 못한다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팀장, 좋은 리더는 나의 능력이 결정해주는 것도 회사가 결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팀원들 즉, 당신의 팔로워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의 리더로서 성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