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팀장 아니고 낀팀장

실무팀장은 어렵고 고되고 외롭다.

by 달하

회사의 생존을 거부했던 문제아로 인해 회사에서 생존하기로 마음먹었던 그날 이후로 많은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나 하나 건사하는데 쓰는 에너지는 최소화하고 팀을 이끌고 팀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일을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을 해왔다. 그렇게 회식이 있던 어느 날, 술을 한 잔 하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시건방지고 무례하고 팀워크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던 팀장 아래 팀원으로 지내던 그 시절.




과거의 내 팀장은 자신의 말을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는 마지막에 이 말을 항상 건넸다.


왜, 불만 있어? 꼬우면 네가 팀장 하던가


당시 내 팀장은 회사 최고 '권력자'였다. 소위 말해 실세, '팀장느님' 이었다.. 대표님의 총애를 받는 팀장이었고 영업사원 출신답게 회사에 돈 되는 일들만 골라서 해왔다. 어떤 결과물이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잘라냈고,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결정을 하더라도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된다.


그러니 나 같은 일개 사원이 반박을 하면 얼마나 같잖고 하찮아 보였을까. 팀장에게 나는 어차피 자잘한 부품에 불과했고 법과도 같은 그의 말에 조금이라도 표정을 잘못했다가는 괴롭힘 당하기 일쑤였다. 아무리 좋은 퍼포먼스를 내려고 한들 팀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낱 쓰레기에 불과했다. 나는 억지로 부여잡고 살던 그 회사를 결국 퇴사하기로 결심했고 마지막으로 팀장의 작은 격려의 한마디를 바랐다. 그래도 어른이니까, 그래도 고생했던 지난날을 격려해줄 거라고 진심은 통할 거라 순진하게 믿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팀장느님께서 하지 않아도 될 잔업들이 생각이 났는지 "네가 그렇게 네 멋대로 퇴사하면 무사할 것 같아?" 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얼굴은 붉어지고 씩씩거리며 내 앞길을 방해할 거라며, 이 업계에 발을 못 들이게 할 거라며 나를 협박했다. 지금이야 나도 콧방귀를 뀌겠지만 솔직히 그때는 너무 무서웠다. 펑펑 우는 나를 보며 뭘 잘했다고 우냐고, 퇴사하는 날까지 각오하라며 잔업을 엄청 많이 주었다. 퇴사 날까지 야근을 해서야 겨우 퇴사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내 회사생활 12년 합쳐 최악의 리더로 기록되고 있다.


팀장이 된 지금, 과거 팀장의 말을 되새겨봤다. 팀장이 되면 나는 그 악마 같았던 팀장의 말을 약간이라도 헤아릴 수 있게 될까? 그렇게 팀장 3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려던 마음마저 사라졌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최악의 리더로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시는 리더로도 개인적으로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랄까.






회사의 팀장, 즉 리더가 된다는 것은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조직 위계상 직책이 생기는 것뿐 인격의 위계가 아니다. 회사의 그 누구도 인격적으로 위계를 가질 수 없다. '감히 네가?'라는 말은 해서도 안되고, 할 자격도 없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위계 조직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마치 신분상승이라도 한 것처럼 태도가 변하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 앞선 내 팀장과 같은 인격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최악인 인간은 드물지만,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팀원을 '거역'한다고 표현하는 팀장들을 왕왕 보게 된다.


가끔 이런 위계 조직에 신물이 나서 역할 조직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도망가듯 이직해서 나아질게 과연 있을까 싶다. 역할 조직도 결국 최상위 결정권자가 있을 것이고 내게 내성이 생기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지속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그들과는 다른 팀장이 되자고, 정말 함께 가는 팀을 만드는 리더가 되자고.


그렇게 참리더를 추구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보니 중간에 끼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 실무팀을 맡는 실무팀장에게는 대체로 결정권을 가진 '최상위 결정권자'가 존재한다. 결정권자가 바라는 것과 팀원들이 바라는 것의 차이가 생각보다 너무 컸다. 처음에는 너무 갭이 커서 감도 잘 안 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대략 니즈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최상위 결정권자가 팀장에게 바라는 것

- 신속한 퍼포먼스와 보고

- 한정적 자원으로 내는 최상의 결과

- 내 회사처럼 도전적으로 해내는 모습


팀원들이 팀장에게 바라는 것

- 숨은 쉬고 살자는 일말의 여유

- 긴급 상황을 대비한 좀 더 풍부한 자원

- 함께 즐겁게 일하는 환경


최상위 결정권자는 일의 즐거움보다는 결과에 집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팀원들을 슈퍼 일잘러로 키워내길 바란다. 그리고 자라난 슈퍼 일잘러들을 시간이 흐르면 팀장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게 자신의 조직을 방대하게 키워 자신도 힘을 갖고자 한다.


팀원들 역시 슈퍼 일잘러가 되고 싶다. 이왕 일하는 거 인정받으면서 보상도 받아가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일을 줄 거면 자원도 함께 줘야지, 같은 인력으로 일은 더 하라는 상사가 밉기만 하다. 그 사이에 실무팀장인 나는 끼여있다. 말 그대로 '낀팀장'이다.






실무팀장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갭을 채우는데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최상위 결정권자가 대체 왜 그렇게 느리냐고 화를 내면 그것을 팀원들에게 잘 돌려서 말하며 독려해서 속도를 내본다던지, 일말의 여유를 바라는 팀원들을 위해 없던 이슈까지 만들어내며 최상위 결정권자들을 설득한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팀장이 되면 일잘러로 모두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이지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최상위 결정권자는 그런 게 어디 있냐며 효율이 안 나면 팀원을 팀에서 빼버리라고 하지만 일은 빼주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 실제 성장이 안 되는 사람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뺀 적도 있다. 근데 일의 총량은 그대로더라. 그래서 팀에서 제외하기보다는 팀원들이 꼭 성장을 해줘야 하는데 결정권자들의 생각만큼 슈퍼 일잘러는 쉽사리 완성되지 않는다.


위계 조직뿐 아니라 역할 조직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위계 조직이 조금 더 그 갭이 클 뿐. 정말 실무팀장이라는 역할은 어렵고 고되고 외롭다. 그럴 때는 나의 과거 팀장을 떠올린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팀장처럼은 되지 말자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주기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린다.


그럼에도 가끔은 너무 버거워서 정말 무력감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양쪽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데 내 잘못이라고 판단되는 순간들이 생긴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그럴 때는 상황을 벗어나 숨 쉬는 여유가 필요하다. 숨은 쉬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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