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꼭 필요한 리더십
이제부터는 회사에서 겪어온 팀장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해 더 집중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회사라는 장소에서 발휘되어야 하는 리더십이라는 특성의 이해가 필요하다. 즉, 매우 협소하고 한정된 공간과 자원에 대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시중에 나와있는 리더십 책들에서 알려주는 리더십은 너무 광범위해서 크게 와닿지도 않고 우리 팀에 적용해보기도 어렵다. 우리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조지프 나이의 리더십 개론이나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 리더십을 익혀 광범위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만약 대선을 준비한다면 그래야 할 수 있다. 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통치해야 하는 자리라면 대표적인 리더십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터득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앞단에 서서 이끌어야 한다면 그게 맞겠다.
그러나 회사는 다르다. 팀장을 맡게 됐다면 팀원은 정해져 있고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모든 팀원은 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수준으로 인원이 구성된다. 그렇기에 회사에서 팀장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믿고 '신뢰'를 쌓은 뒤, 서로 당겨지고 이끌며 함께 결과를 내는 것. 그게 전부다.
말은 쉬워 보이는데 왜 그 간단한 것을 그토록 많은 팀장들이 힘들어하느냐 물을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관심을 갖는 것부터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나씩 어떻게 리더십을 발현시켜야 하는지 적어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게 있다. 이것을 꼭 비워야 시작할 수 있다.
진심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앞서 얘기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나 회사를 대표하는 수장이라면 진심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통치해야 맞다. 그 많은 사람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통치하다가는 편파적인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기에 리더인 자신을 믿고 나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닿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위치다.
그러나 회사에 소속된 팀장들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팀장의 마음과 팀원의 마음은 꼭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장담하건대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많은 팀장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어떤 말을 하던지 나를 믿는 팀원이면 진심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틀렸다. 완전히 반대로 생각해야 된다. 나의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그들의 진심을 팀장이 읽어내 파악해야 한다.
절대 잊지 말자. 진심은 통하는 게 아니다. 팀원의 진심은 팀장인 당신이 파악하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 팀원에게 달려가 지금 힘든 게 뭐냐며, 지난 주말에는 무엇을 했냐며 업무적으로 사적으로 다짜고짜 질문부터 하는 팀장들이 있다. 아니 자네.. 경찰인가? 뭐 검사여? 관심을 가지랬지 누가 취조를 하라고 했는가. 이처럼 진정한 관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확률이 높다.
여기서 말하는 '관심'이란 팀원에 대한 '관찰'로 시작한다. 묻지 않더라도 지금 이 팀원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특성이 있으며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열의가 넘치고 열성을 다해 임하는지 등 팀원 한 명 한 명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가장 접근을 많이 하는 툴이나 노트에 기록장을 하나 정해두고 그곳에 팀원들을 관찰한 관찰일지를 기록해보자.
이렇게 말하면 일거수일투족을 또 기록하며 마치 감시하듯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절대! 그러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성격의 유형이 있는 만큼 팀원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행동 하나하나를 관심 있게 지켜보다 보면 공통적인 성향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 공통된 기록들은 시간이 흘러 조금씩 쌓이게 될 것이고 그것이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관심의 기록이 모였을 때 좋은 점은 업무가 주어졌을 때 어떤 팀원이 가장 알맞을지 판단하기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팀워크에 매우 좋은 방법이다. 사람이라는 게 본래 완벽하지 못하기에 저마다 강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팀원에 대한 관찰로 강점, 단점이 파악되면 어떻게 결합하여 업무를 보게 할 때 최상의 퍼포먼스가 날지 예측하기 쉽다.
예를 들어 창고관리 시스템(WMS)을 구축한다고 가정해보자. 물류 특성상 시스템의 구조적인 완결성이 필요하고 워낙 기능이 어렵다 보니 이를 잘 풀어서 설명해서 알려줘야 사용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 로직의 완전함을 추구하는 A라는 사람과 콘텐츠를 창조하는데 강한 B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시스템 설계는 A에게 맡기고 이를 사용자들이 잘 파악하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B가 사용 가이드를 잡아주는 역할을 맡겨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 써보면 이처럼 팀원의 업무 배치가 쉽게 느껴지겠지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이런 조합은 즉시 발견할 수 없는 능력들이다. 끊임없이 팀원에게 어떤 강한 능력이 있는지, 어디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질문'하는 게 아니라 '관찰'해서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리더십 발현의 다음 스텝은 신뢰를 쌓는 것인데 이 또한 참 만만치 않다. 신뢰의 뜻은 '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팀원이 당신을 굳게 믿게 하기 위해서는 위의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고, 팀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면 다음은 신뢰 구축을 위해 힘써야 한다.
어느 날 타 부서의 팀장이 내게 물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의 구성원 두 명이 서로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약하면 A는 입사일이 오래됐고 일을 맡은지도 오래됐지만 다소 업무 속도가 느리고 보수적인 편이고 B는 입사일은 좀 더 늦지만 매우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팀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B가 A의 느린 속도가 답답해서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했고, 이런 트러블에 지쳐 A가 팀장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 팀장은 내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A가 조금 느리긴 해도 대부분의 일을 잘 해내고 있고 파트장의 자리까지 염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은 A와 손발이 잘 맞고 업무도 꼼꼼해서 마음에 들지만 다소 과하게 도전적인 B는 좀 부담이 될 정도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B가 A에 대한 신뢰가 있느냐고. 그 팀장은 그거까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것부터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A를 파트장으로 올려 함께 손발을 맞추고 싶다면, B가 A를 따르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신뢰가 없다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A도 B도 그저 같은 팀원이기에 위계가 없다. 그런 와중에 팀장 혼자서만 머릿속에서 A를 파트장으로 둘 생각을 했다면 당연히 도전적인 성향인 B는 당연히 못마땅하지 않겠는가.
팀을 운영하는 것도 동일한 이치다. 그 어떤 팀원도 신뢰가 없다면 팀장을 따르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 신뢰는 필수 요건이고 관심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쌓인 신뢰가 생기면 그제야 팀원 스스로 함께 가보려는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상사를 신뢰한다. 그렇기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신뢰가 무너지고 믿음이 없어진다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떠날 것이다. 조금 다행인 건 신뢰가 우선 쌓이고 나면 관심이 조금 덜해도 신뢰로 다져진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무한한 관심 뒤의 신뢰. 이 두 가지가 회사에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생존 리더십의 가장 기본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