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에 대한 오해
리더가 되고 나면 팔로워들에게 요청했던 것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는 자신이 원했던 모습은 이러이러하다고 다시 해오라며 결과물을 되돌려 보내게 된다. 필요한 것들이 빠져있으니 다시 돌려보냈을 뿐인데 팔로워들은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뭐지, 내가 말실수를 했나?
대부분 이런 시나리오를 한 번 겪고 반복이 되면 팔로워들은 상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리더들은 그런 팔로워를 보며 그 죽일 놈의 오너십이 없다며 혀를 찬다. 그리고는 함께 일하기 좋은(아니 편한) 다른 사람을 찾아 일을 해나간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일은 이렇게 해야지! 역시 자네는 다르구먼!'
마음속으로만 얘기하면 양반이지, 꼭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가져온 대상이 있는데서 큰 소리로 얘기를 하는 리더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가져왔던 팀원은 입을 다물게 되고 더더욱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다가 결국 애정을 접고 만다. '그래, 회사생활이 다 그렇지 뭐. 까라면 까야지'
손발이 맞는 동료와 일할 때의 즐거움은 정말 짜릿할 정도다. 내가 찰떡이 필요한데.. 하고 있으면 알아서 콩떡을 준비하고 얼음을 갈고 연유와 각종 토핑을 올려 앞에 대령한다. 나는 찰떡만 살짝 얹으면 찰떡콩떡빙수 완성! 짜잔! 문제는 그렇게 손발이 맞는 사람을 찾는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것.
손발을 착 맞추기 위해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 먼저 서로를 충분하게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고, 리더는 팔로워가 힘든 건 없는지 어떤 상황이 어렵게 만드는지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지 등등 귀찮을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친절하게! 팔로워가 리더를 무섭게 여기거나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운 대상이라고 생각해버리면 만족스러운 찰떡콩떡빙수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그때부터 일에 대해 좀 더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까라면 까! 가 아니라 건강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팔로워의 오너십이 발현되는 순간은 이 순간부터다. 오너십은 절대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다. 아니, 생길 수 없다. 뭘 알아야 생기지?
오너십을 갖고 일하기 위해 팔로워들은 리더들이 모르는 곳에서 열심히 발을 구른다.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본다. 내가 사용자가 되어 최적의 경험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리더와 상의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그렇게 리더와 팔로워의 손발이 착 맞는 순간, 스파크가 튀고 오너십이 생기는 것이다.
유난히 손발이 맞는 팔로워를 찾기 어려워하는 리더들이 있다. 자신은 충분히 시간을 들였고 관심을 가졌지만, 애초에 팔로워가 관심도 없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뭐 물론 정말 회사를 그냥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굳이 애정을 들여 일을 하기보다는 적당하고 적절한 일을 하면서 딱 그 정도의 돈만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아쉽지만 회사는 그들에게 필요한 정도만 해낸다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대부분 일을 되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단언컨대 애초에 의지가 꺾이는 일은 없다. 누가 일을 엉망으로 하고 싶겠는가? 누가 찰떡콩떡빙수를 만들자고 했는데 뜨거운 물을 받아올 생각부터 하겠는가? 돌아봤을 때 100의 요청에 60-70% 정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리더 스스로부터 돌이켜봐야 한다.
내가 어떤 요청을 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요청을 했었는지
내가 정말 손발 맞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리더들은 대체로 이런 식의 대화법을 통해 일을 한다.
리더: 찰떡콩떡빙수 너무 맛있는 거 같아
팔로워: 그러게요, 정말 맛있어요.
리더: 우리도 이런 거 잘될 거 같은데.. 어때?
팔로워: 그러게요. 트렌디하고 괜찮을 것 같아요.
리더: 나중에 뭐 가볍게 아이디어 좀 내보자
팔로워: 네! 좋죠!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리더는 이야기한다. 왜 지난번에 찰떡콩떡빙수 상품 기획안을 안 가져오냐고. (...?) 팔로워의 동공이 흔들린다. 분명 그때는 그냥 주거니 받거니 의견에 동조했던 것뿐이었는데, 대뜸 상품기획안이라니? 다음 주에는 초안을 봤으면 좋겠다고 리더가 이야기한다.
부랴부랴 초안을 준비한다. 내게 시간을 조절하는 초능력이 있다면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리더가 원했던 게 뭐더라.. 아무리 돌이켜봐도 뭘 원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이런 거 하면 잘될 것 같다'는 한숨 쉬듯 던졌던 게 전부였던 것 같다.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보면 어떨지를 정도 가설을 두고 생각하며 문서를 써 내려간다. 어떻게든 초안을 작성해서 가져간다.
그럼 와장창 깨지고 만다. 시장조사는 왜 안했냐며, 그 시장이 왜 매력적인지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재료들이 필요하고 어디서 공수해올 것이며 최종적으로 어떤 맛으로 차별화를 줄 것이냐고 바락바락 화를 낸다. 팔로워는 리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내쉰다. 하, 나는 진짜 멍청인가..
이런 경험이 쌓이면 그때부턴 앞선 대화 같은 편안한 대화는 점차 없어진다. 가능하면 리더와 그 어떤 이야기도 섞고 싶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개진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그때부터 까라면 까는 팔로워가 될 뿐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팔로워의 탓 아니냐고 묻는 리더들이 있을 거다. 나도 팀을 이끄는 리더를 경험했고 지금도 프로덕트를 리딩을 하는 역할로 있지만,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틀렸다.
모든 일은 시작점이 있다. 그게 아이디어일 수도, 혹은 회사의 방향에 따른 뾰족한 Task일 수도 있다. 애초에 그 일을 왜 해야 되는지, 그리고 어떤 목표지점을 두고 해야 되는지 충분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그렇게 서로의 사고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간혹 팔로워들에게 일을 시키는 게 리더의 역할처럼 말하는 리더들이 있다. 어떤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시킨다고 표현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단, 조금 수정하면 '일을 잘 시키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무작정 일을 많이 시키는 게 아니다. 적절하게 리소스를 배분하면서 일이 잘 될 수 있게 독려하고 이끌어주는 게 리더다. 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면 안 된다.
제대로 시켜야 결과물이 제대로 나온다. 앞선 예시에서 적어도 '우리도 찰떡콩떡빙수 같은 것을 만들려면 뭘 준비해야 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알려주겠어?' 정도는 얘기해줬어야 맞다. 그럼 팔로워는 질문을 할 거다. 시장조사가 필요할지, 구체적이라는 것은 출시까지 염두하고 생각해보면 될지, 초안은 언제까지 준비해보면 될지 등등.
팔로워들은 언제나 달려볼 준비가 되어있다. 좋은 리더를 만난다면 말이다. 시킬 거면 잘 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시킨다는 생각은 마음속 깊이 구석에 처박아두고 '요청'한다 생각하라. 대표님이면 얘기가 다르겠지만(논외), 리더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팔로워들은 리더의 심부름꾼이 아니다. 리더인 당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