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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버스는 떠났다

지각 내려놓기

by 삐딱한 나선생
잘못된 시작


아침에 애들 둘 챙기랴, 출근 준비하랴.. 아내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집 안에서도 전쟁을 치루고, 문 밖에 나와서도 아직도 예민하고 여유가 없다. (아마 대부분의 워킹맘의 아침이 이렇지 않을까.. 건방지게 남편주제에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안하고 이딴 글을 쓰고 있냐고 생각할지도.. 변명부터 하고 보자면 난 어쨌든 10년이 넘는 동안 아침밥 챙겨달란 적이 없고, 첫째와 둘이 잠을 자고 기저귀 갈고 옷은 입힌다)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에게 쓴소리 하나 던진다.

"지금 그렇게 급하게 굴어봤자 하나도 빨라질건 없어. 오히려 마음이 급하면 또 빼먹고 와서 지난번처럼 차 출발하려는데 다시 올라가야되는 일이 생긴다고."

(난 남편의 역할을 아내의 감정을 '들어주는데'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그 마음을 들어준다고 그 마음이 절대 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감정안에 묻히지 않도록, 아내를 다치지않게 꺼내 올 것인가..)



머피한테 지지마라


이미 늦었다면 자신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이성적으로 생각한 뒤에 감정은 편히 내려놓자. 직장에 가서 상사의 폭풍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건 이미 당신이 늦은 순간 결정되었다. 가는 동안 미리, 계속 혼날 필요는 없다.


마음을 내려 놓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저 스쳐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 속에 자신과 같은 얼굴들이 보인다. '나만 이러고 살진 않는구나' 피식 웃음이 날지도 모른다.


밖의 풍경을 몇 초라도 눈에 담고 지나가 보자. 어차피 운전을 하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걸어가든 당신은 이미 그 풍경을 지나가야 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이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바깥은' 언제나 더 아름답고 밝게 빛난다.


아침 라디오를 들어보자. 내가 정신없이 사는 사이 새로운 노래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의 아이돌 노래는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노래 소리에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간혹 재밌는 소재로 얘기를 하곤 하면 빵 터지기도 한다.(그렇다고 늦은 주제에 빵 터진 얼굴로 들어가면 한 대 빵 얻어 터지겠지?)



아침은 꿀과 함께


난 피곤한 날 일수록 알람을 더 일찍 맞춰 놓는다. 그 알림이 울리고 10분씩 연장하는 '꿀잠'은 그 무엇보다 달콤하다. 피곤할수록 알람~기상까지의 딜레이가 늘어나기에 알람을 당기는 것이다.

만약 알람시간은 그대로에 꿀잠만 연장하면 그 이후는 악몽의 연속이 된다.


당신의 아침 속에 '꿀'을 최대한 집어넣어라. '꿀맛'나는 밥도 좋고, '꿀맛'나는 아이와의 짧은 입맞춤, '꿀맛'나는 모닝 샤워 등등 자신만의 행복한 아침을 채워야 한다.

(난 아침에 폰게임과 함께 눈을 뜬다. 비몽사몽에 대충 게임을 하다보면 될랑말랑 집중을 요구하는 상황이 온다. 내 의지로 뇌가 깨고 난 즐겁게 정신을 차린다. 이어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앉아.. 이하생략)



인생의 모든 행복은 별 것 아닌 일상속에 있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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