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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낸다는 것

이성과 감정

by 삐딱한 나선생

혼낸다는 것은 옳은 것이 잘못된 것을 야단치는 것이다.


아내가 방금 첫째와 화장실을 다녀와서 자기 반성을 한다. 첫째가 화장실에서 비누 놀이를 더 하겠다고 떼를 썼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그만하고 나가자고 떼를 쓰고 있었다고..

감정이 감정을 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화를 낸다는 것


난 우리반 아이가 '화'가 났음을 혼내지 않는다. 하지만 화에 대한 자신의 행동, 대처에 대해 혼낸다.

때론 내 화를 그대로 전하기도 한다. 너의 행동이 나의 화를 불러왔음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전한 것일뿐 아직 혼낸 것은 없다.


화는 아래로


혼내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주는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위계와 권위 속에 혼낼 수 있는, 옳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위로 가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 혼내는 것이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을 합리화하여 아래의 감정을 깨는 일을 혼내는 일, 가르치는 일, 교육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화를 낸 것과 혼을 낸 것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위계를 깰 수 있는가


난 아내를 혼낸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평등하고 존중되어야 할 관계에서 누굴 혼낸다니..

하지만 이 감정적인 차원을 넘어서야 진정 혼낸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가 학생을 혼내고 부모가 아이를 혼낸다.

교장이 교사를 혼내고 선배가 후배를 혼낸다.

거꾸로

학생이 교사를 혼내고 아이가 부모를 혼낸다.

교사가 교장을 혼내고 후배가 선배를 혼낸다.

가능하겠는가?


오직 이성으로


결국 혼낸다는 것은 이성과 이성으로만 가능하다. 옳은 것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단지 화를 내는 것으로는 감정과 감정의 시작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혼냄이 될 수는 없다.


옳음을 말하는 사회를 꿈꾸며


우리가 갖고 있는 '혼난다'의 기분나쁜 처벌적인 방법이 거부감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기꺼이 아이에게 혼날 마음을 갖는다면 아마 우리의 다음 세대는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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