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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좋은 아빠가 아니예요

by 삐딱한 나선생

난 좋은 사람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내 맘대로 할거예요.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이 나이고,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어차피 다른 사람의 몫이죠.



내가 나가고 싶어


난 좋은 아빠이기 위해 내 딸과 놀러가고 싶지 않아요.


우선 첫째를 데리고 나가야 아내가 좀 쉴 수 있어요. 반씩 고생하면 되요. 아주 효율적이죠.

난 놀러 나갔다 왔는데 집에 오면 또 놀 수 있어요. ㅋㅋ


난 내가 나가고 싶어요. 집에 있으면 답답해 죽겠습니다. 아기가 하는 놀이가 나한테 재미있지도 않아요. 그나마 데리고 나가면 풍경이라도 보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면 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릴수도 있죠.


난 아이와 놀러 나가는 게 즐거워요. 내 마누라처럼 자기가 가고 싶은 거 졸라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드라비부'만 하면 앞자리에 벨트도 매고 잘 앉아있어요.


나 혼자 걷고 있지 않아요. 아이가 없었을 땐, 혼자서 아이만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면 '혼자 심심하겠다'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막 걷기 시작한 두 돌도 안된 아기를 데리고 가도 '함께'더라구요.

내가 맥주를 사러 사는데, 라면을 사러 가는데 아이를 데려갑니다. 물론 우리 아이 우유나 과자도 사줘야 되겠지만요. ㅎㅎ



내 꿈은 너와 함께


난 '좋은 아빠'라는 그 말조차 인식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이 아이가 날 좋은 아빠로 생각해줄지 그딴 고민은 하고 싶지도 않죠.


단지 난 이 아이와 놀러 다니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좀 크면 보드게임도 같이 하고, 외국어 공부도 같이 해서 해외여행도 가고 싶어요.

아내는 좀 싫어하지만 온라인 게임에 가족 4명이 4인파티로 던전에도 들어가보고 싶고, 가족 밴드를 만들어서 작은 무대에 공연도 하고 싶지요.


물론 아이가 싫어하면 그만둬야지요.

좋은 아빠가 되려고 그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싫다니까 그만해야지요.


하지만 난 이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할지 계속 대화하고 맞춰갈 겁니다. 난 단지 이 아이를 키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함께 하지 못 한다면 남과 다를바 없죠. 난 이 아이와 함께 내 삶을 행복으로 채우고 싶어요.



좋은 아빠, 아빠 좋아


좋은 아빠가 뭘까요?

돈도 잘 벌고, 많이 놀아주고, 부족함 없이 채워주면 될까요?

좋은 아빠의 조건들을 채우면 진짜 좋은 아빠가 되나요?


난 학교 알뜰시장에서 300원 짜리 구두를 사주는 아빠예요. 딸이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놀아야 되요. 보고 싶어하는 만화가 유료면 돈 내야 된다고 절대 안보여줘요.


난 좋은 아빠이고 싶지 않아요.

내 딸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날 좋아해주길 바래요.

나도 내 딸을 좋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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