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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Sep 17. 2016

궁금할 수는 있죠, 조언은 조심하세요.

명절이 되면 피해야 할 잔소리 목록이 나오지요.

결혼, 취업, 졸업..

오랜만에 만나면 어떻게 지냈는지 가장 중요한 것들부터 물어볼테니 당연히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함부로 이러니 저러니 말하지 말길 바래요.

말하는 사람은 조언이라 하지만, 듣는 사람에겐 의미 없는 잔소리일 경우가 너무 많아요.



필요한 건 나도 알아요


좋은 대학이 뭔지 알아요.
점수 높고 이름 있는 그런 대학들..

좋은 직장이 뭔지 알아요.
연봉 높고 안정적인 이름 있는 기업들..

좋은 결혼이 뭔지 알아요.
외모도 준수하고 착하고 성격좋고 집안 여건도 좋은 완벽한 그런 사람을 찾는 것..


내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갖고 좋은 결혼을 하길 정말 바라시는 거죠?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래요.

하지만 하라고 말만 하면 도움이 되나요.



조언말고 도움


우리 형은 34살에 결혼했습니다.

요즘엔 늦은 편도 아니지만 제대로된 연애를 30되어 시작했고 부모님은 살살 안달도 났죠.

부모님은 결혼하려면 여자도 만나고 해야지 이런 얘기를 종종 했었죠.

그 말에 형이 했던 대답이 전 명언으로 느껴지더군요.


"지금 엄마, 아빠가 여자라도 한 명 소개시켜주는 게 아니면 내 결혼가지고 말하지마세요.
다른 부모님은 소개 자리라도 알아보고 한다는데, 난 지금 나 혼자 이리저리 알아보고 노력하고 있는 걸 힘내라고는 못할망정 잔소리만 하고 있어요."


부모님 입장에서의 답답함과 걱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도움 없이 결과를 말하진 말아주세요.



나를 아는 조언


어제 친척 중 한 분이 명절을 보내면 아내한테 명품하나 선물해야 된데요.

"아, 네"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전 그렇게 못하죠.

"명품을 준다는 게 고생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건데, 전 아내와 본가에 와서 정말 편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서 그렇게 생각이 안드네요."

하지만 그 분은 그건 남자 생각이지 여자들은 또 다르다면서 계속 얘기하시네요.


난 '우린 명절에 함께 행복하다.'라고 말해도 그 분은 '여자가 고생이니 남자가 보상해야 된다.'라고 말할 거예요.

나의 공부, 취업, 결혼을 말해도 어차피 '조언 하고 싶은 말'을 할꺼라면 그 조언과 내 삶은 연결이 되나요.


내 삶의 경험과 생각으로 말한 것들이 그 사람의 삶의 조언이 되진 않아요.

정말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그 사람의 과정을 모두 들어줄 각오를 하세요.

그래야만 그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알고 조언할 수 있죠.

그정도로 그 삶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말하진 말아요.


오랜만에 만난만큼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반갑게 만났음을 격려해줘요.

명절이 상, 하반기 인생 평가회가 아니잖아요.

한가위에 가위 눌리게 하지는 말자구요.

내 과정을 모르고 결과를 제단하는 당신은 가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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