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3-2) 가면③

by 삐딱한 나선생
맨얼굴로 살기 위해


난 강압적인 군인인 아버지 밑에, 일진의 주먹들 밑에 가면을 썼다기보다는 얼굴을 숙였다.

그 약했던 내 자신이 억울해 속에서 끓어오르는 내 감정을 참고 참아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얼굴을 당당히 꺼내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부터는 정말 드러내며 살았던 것 같다.

동기와 싸우기도, 선배에게 따지기도 했다.

물론 막무가내로 이유 없이 싸운 것은 아니지만, 결국 싸움은 날 고립시킨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잃는 것 정도로 내가 생각하는 옳음을 놓을 필요는 없었다.

이제 다른 사람 때문에 날 잃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리고 내 삶의 사람은 한 명으로 충분했다.

(그 한 명하고는 정말 밤새 죽도록 싸우고 그랬지만..)


내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너를 버리고 나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허나 그로 인한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

총을 든 상대 앞에선 죽을 각오를 해야 하고, 권력을 가진 자라면 그 권력이 주는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교사가 된 지금도 난 할 말은 꼭 해야 한다.

교감선생님과 언쟁을 하기도 하고, 교장선생님께 내 할 말은 꼭 전해야 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래도 교장선생님이 날 자를 수 없다는 것.

내 기본 생존을 지키며 당당할 수 있다는 것.


사립학교에 기간제로 1년 근무했을 때에는 정말 갑갑했다.

인사권자인 교장에게 뒷만 할 뿐,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난 기간제였고, 그 제단 소속도 아니었으니 당당히 찾아가 말할 수 있었다.

(당연히 맨얼굴에도 표정은 있듯 싸우자는 표현이 아니라 학부모의 의견과 상황들을 이야기하여 설득하는 모션을 취했지만..)


내가 버릴 수 있는 만큼이 내가 강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그것을 버려야 할 만큼 더 높은 가치를 자신이 갖고 있을 때이다.


강해지고 싶다면 가면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돼요. 대신 생계가 위협당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파탄이 날 수 있다는 각오는 필요하죠, 강해진다는 건 그래서 외롭고 고독한 거예요.- 145p



맨얼굴로 산다는 것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건 내 진심을 표현할 곳과 그러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하는 것이라 했다.

가면을 완전히 벗는다는 건 내 진심이 모든 곳에 살아있겠다는 것이다.

싫은 곳을 거부하고 좋은 곳에 살겠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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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과 관련한 위의 글에서 결론은 이기심을 선택하라 했었다.

내 행복을 믿어줄 사람이기에 내 이기심을 선택하고, 내 행복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기에 내 이기심을 선택하라 했다.

하지만 내 진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내 생존을 위협받는다면 가면을 쓰는 것이 차라리 나은지도 모른다.

맨얼굴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 얼굴에 상처가 날 것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니까.


돈을 위한, 생존을 위한 일에서 맨얼굴을 드러내라고는 못 하겠다.

그래도 지속되는 관계에서는 나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내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내 맨얼굴을 보여야 한다.

내 맨얼굴을 보고 도망갈 사람이라면 애초에 내 사람이 아닐 테니.


그렇지만 사랑과 우정처럼 진정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외로움을 감내하더라도 우리는 가면을 어느 순간 반드시 벗어야 할 겁니다. 정말 이 순간 살 떨리는 용기가 필요하죠.- 145p



불륜의 맨얼굴


불륜을 하기 위한 고도의 에너지를 여러분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170p


남편이 아닌 두 명의 애인을 둔 여자.

그리고 그녀를 옹호하는 내용.

우리가 토론하면서 '강신주'라는 사람 자체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었다.

철학자 강신주가 세 번의 결혼, 불륜으로 전 부인과 아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한 명은 자기의 불륜을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에 지나지 않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은 그래도 배울 것이 있는 내용이라면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도 사적인 영역과 공적, 학문적인 영역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자신의 맨얼굴을 보겠다는 자세 자체는 동의한다.

불륜을 하기 위한 에너지란 도덕성, 다른 사람들의 눈 등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랑을 할 힘을 말하겠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동성동본, 동성애 등등 그 많은 허락되지 않은 사랑들 말이다.

반대로 말해, 어쩌면 대부분은 허용된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가진 사랑이 사회의 통념이나 누군가의 가치에 의해 제단 된다면 난 나의 사랑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경제적으로 어렵고, 부모와 등지고, 사회관계를 잃고 외로워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진짜 내 얼굴을 드러낼 용기를 갖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시작일뿐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게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과 감정을 스스로 검열하는 거예요.- 172p



나의 맨얼굴


난 불륜의 행위 자체를 탓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남편이 사랑이 아니라서, 정말 진정한 사랑을 택한다고 떠난다면 그저 사랑의 영역으로 두고 싶다.

하지만 두 명의 애인이 있다는 건 진정 사랑을 찾아가는 것인가.


예쁜 꽃을 보고 갖고 싶다고 느끼는 것을 감정적 사랑이라 한다면, 그 꽃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이성적 사랑이다.

난 감정적 사랑은 그저 좋아함의 극치일 뿐 진짜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적 모든 영역에서 사랑을 위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글을 쓰고 있다.

자신의 사랑을 선택하기 이전에 자신의 사랑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맨얼굴이 그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적나라한 얼굴이 어쩌면 혐오스러울지 모른다.

맨얼굴이 성욕이나 외로움으로 가득 차 아무나 곁에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증오나 미움으로 얼굴이 일그러지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내 얼굴이 지금 옳은 얼굴인지를 말이다.


난 가면을 키워갈 생각이 없다.

좀 더 성숙한 얼굴을 하루하루 만들어갈 것이다.

내가 내 얼굴로 살아가는 것 다음은 내가 어떤 얼굴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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