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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과 성장

by 삐딱한 나선생

'소통이 잘 되는 관계는 누구와 누구인가'

토론의 주제였다.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내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난 소통을 둘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



나의 소통


누구나 더 잘 맞는 사람이 있다.

대화가 잘 되고, 친하게 지낸다.

우리는 이걸 소통이 잘 되는 것으로 여긴다.


말하는 사람에겐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말이 적은 사람은 먼저 말 걸어 주는 사람이 고맙다.

하지만 자기 말만 하는 사람, 자기 말을 하나도 안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소통이 잘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 말도 없는 회의는 불통이다.

자기 말만 하는 회의는 울화통이다.

소통이란 나를 드러내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잘 맞아서 소통하는 건 반쪽일 뿐이다.

남자끼리의, 교사들만 하는, 같은 정당 안에서의..

뜻이 같아서, 이해관계가 맞아서 하는 소통이 전부일 수 없다.

우린 맞지 않아도, 때론 맞지 않아서 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생각이 같으면 잘 굴러간다.

생각이 다르면 덜커덩거린다.

아무리 덜커덩거려도 서로 소통이 되면 굴러간다.

당신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악의 소통


'당신은 감출 것인가, 솔직할 것인가'

두 번째 주제였다.

잘 맞는 사람과 좋은 감정을 전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안 맞고, 나쁜 감정이 들었을 때다.


물론 쉽지 않다.

상대의 소통에 확신이 없다.

감정을 드러냈을 때의 뒷감당이 더 두렵다.

더 안타까운 건 부정적 감정을 부정하려는 인식이다.


왜 우리나라에 유독 '화병'이 있을까.

화, 미움 등 악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를 지키는 본능, 감정의 방어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억눌리면 쌓인다.

계속 쌓이면 결국 터지게 된다.

감정의 표현이 공격이 되는 이유다.


누구나 천사와의 만남만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엔 악마가 많다.

내 안에도 악마가 산다.

허나 우린 악마와의 대화법을 배운 적이 없다.



소통의 방향


인간은 병에 걸리면 아프다.

그렇다고 병의 목적이 당신을 아프게 하는 데 있는 건 아니다.

병은 당신의 현재를 드러낼 뿐이다.

병을 낫도록 하는 것이 당신의 목적이어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숨긴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나쁜 감정은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신호다.

단, 나쁜 감정을 전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감정이 생긴 원인을 서로 꺼내야 한다.

화가 난 부분, 맞지 않는 부분을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감정이 병을 알려줬으나, 이성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둘 다 중국집을 가자고 했으면 소통은 필요도 없다.

나는 국밥, 너는 피자일 때 소통이 필요하다.

그 목적은 함께 밥을 먹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도 안 맞는 부분이 있다.

때론 정말 죽을 만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울 때도 있다.

그 감정이 소통의 필요성이다.

그리고 함께 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 소통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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