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또 손을 놓고 있었다.
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과거에 있는 나
내 멘탈은 왜 이리 약할까.
한 번 무너지니까, 무너졌다고 믿어버리니까 일어나기 힘들었다.
다시 사랑하겠다고,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점점 주눅이 들어 눈치만 보는 느낌이다.
나를 망가지게 한 사람이 밉고 또다시 상처 받을까 두려웠다.
마음이 비었는데 글이 나올 리 없었다.
글이라도 어느 정도 결실을 보고 무너졌다면.
또 원망하는 마음만 생겼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건 맞다.
하지만 잊기 위해 다른 사랑을 찾는 건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몸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마음은 상처 받은 과거를 벗어나지 못했다.
추락하는 현재
퇴근하면 방에 틀어박혔다.
게임을 하면 시간은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에 의미를 두고 있던 시절은 지났다.
술로 보낸 날도 많았다.
알코올에 취하면 기분이 좀 낫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날이 되면 허무해지는 건 똑같았다.
휴직까지도 생각이 들었다.
둘째 아이로 육아휴직을 하면 돈도 나온다고.
그러나 아무 목표감 없이 늘어져 폐인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내가 너무 바보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뭐가 그리 크게 무너졌다고 이리 아파하나.
가장 소중한 내 아내와 아이는 항상 곁에 그대로 있었는데.
이러고 있다간 지금 남아 있는 것도 지키기 힘들겠다.
과거로부터 온 미래
며칠 전 메일로 출간제의가 왔다.
브런치 글들을 보다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나는 글을 놓은 지 꽤 되었지만, 내 글은 계속 일하고 있었나 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더 이상 가라앉지는 말아야겠다.
상처가 과거에 있지만 희망도 과거로부터 왔으니까.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은 모두 과거의 내가 해 놓은 것들이다.
직업도 아내도 아이도, 내가 그 시간을 지나오지 않았다면 내 것이 아니었다.
괴롭고 힘든 시간도, 포기하고 놓고 싶었던 순간도 모두 견뎌왔기에 지금의 내가 누리고 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뭘 더 노력하거나 하는 거창한 얘기는 아니다.
다만 미래의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의 내가 무너지면 안 되겠다 생각한다.
과거의 내가 한 과오도 공로도 현재의 내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오늘 한 번 더 용기를 내 글을 내 본다.
오늘의 나를 감사해할 미래의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