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을 좋아한다.
그 자리엔 즐거움과 나눔이 있다.
하지만 때론 너무 가까웠기에 아프기도 하다.
간극
난 위아래가 없다.
술을 마시면 다 형 동생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 믿어 함께 한다.
공적인 회식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선 더더욱.
함께한 시간만큼 날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들.
마주치는 잔, 실없는 농담, 흐려지는 눈빛을 나누며 깊어진 관계.
그러나 가끔은 정말 가깝다 여긴 사람이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주제에서, 또는 나의 태도, 각자의 컨디션이나 여타 상황들로.
왜 언쟁이 시작됐는지도 모르지만, 이미 목소리는 커지고 거칠어져 버려서.
친구였던 난 다시 아랫사람이 되었고.
더 싸워봤자 난 버릇없는 사람으로 끝날 테니까.
단지 원래의 자기 자리로 멀어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상처
사랑한 크기만큼 이별의 아픔도 큰 법이라.
아무 관계도 아닌 사람은 사라져도 모르지만.
가까이 온 당신이 멀어지는 건 너무 아픈 일이라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큰 상처를 남기는 법이라.
멀어지며 당신이 한 말이 내 맘을 할퀴고 가버려서.
이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음을 주는 것도 힘들어졌다.
내가 이러려고 마음 열고 다가갔던가.
고작 이런 일로 나한테 실망하고 가버리나.
당신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다행이다.
단지 밖에 나쁜 사람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사람에 대한 실망이 쌓이다 보면 결국 나에 대한 실망이 된다.
'다신 하지 않으리' 나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다시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다시
그래.
분명 내 잘못도 있었다.
나의 친근함을 좋아했지만, 건방짐은 싫어했다.
가까워짐을 반겨했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는 필요했다.
또, 내 어리석음도 있었다.
난 친구로 그를 받아들였지만, 처음부터 난 아래였는지 모른다.
난 진심을 담아 미소를 보냈지만 그는 속으로 재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 표현은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난 상대를 좀 더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나를 변화시키면서도 나를 지켜가야 한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난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척 살아가진 못한다.
다만, 다시 사랑할 수 있을 정도의 상처만 받았으면 좋겠다.
"좀 더 나은 사랑을 당신께 주겠습니다.
좀 더 나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또다시 사랑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