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경외

by 삐딱한 나선생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

학창 시절, 면접 등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누구라도 지어내야 했지만, 진정 존경까지 인지는 모르겠다.



존경심


친구들은 위인전의 인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존경받을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좀 특이하면 아버지 정도였달까.


위인전의 인물은 멋지지만 와 닿지 않았다.

아버지는 존경보단 공포였다.

어릴 적 존경의 경험은 흔치 않았다.


어른이 되고선 좋은 사람을 많이 본다.

존경받을 만한 그런 멋진 사람도 있다.

그러나 '존경심'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배울만한 점이 많은 건 알지만.

받들어 공경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난 아래에서 위로 보는 걸 싫어하나 보다.



거리감


정말 착하고 성실한 좋은 후배가 있다.

많이 친해지고 싶지만 막 편하게 대하질 않는다.

그 친구의 성향상 그렇게 하기가 어렵단다.


내게 좋은 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선 어떤 것도 의미가 되지 않는다.

슬픔도, 고통도, 기쁨도, 저 먼 세상에선 아무런 울림도 없다.


난 이런 상상을 해본다.

당신이 존경하는 누군가가 아주 편한 대상이라면.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과 형 동생 하는 사이라면 어떻겠는가.


물론 가까운 사이에서도 존경심은 생길 수 있다.

하나 그 감정은 멀리 있는 민중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거리감이 없는 존경은 다른 이름으로 정의되지 않을까.



경외감


대학생 시절, OO교수의 추종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존경심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난 평등한 관계에서 대화하고 싶었다.

갓 성인이 되었고, 배우는 입장이라 해도 말이다.

누군가를 떠 받드는 하나로 존재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어에서 'awe'는 경외감을 뜻한다.

경외감이란 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이란다.

경외감이 넘치면 끔찍하고(awful), 경외감이 조금일 때 최고다(awesome).


내가 위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가벼워 보일지 모른다.

나를 대하는 아래의 모습도 마찬가지이길 바란다.

내 주변의 모든 관계가 어썸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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