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왜곡하지 않겠다

by 삐딱한 나선생

인간은 말을 주고받는다.

하나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상대는 나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


흔히 금지되는 말이 있다.

아내가 해준 밥에 어떻다 토다는 말.

혹여 뱉어내면 눈치 없고, 개념 없는 인간이 된다.


국이 짜도 참아야 하고, 밥이 딱딱해도 꼭꼭 씹어 삼켜야 한다.

감히 불만을 말하는 건 아내의 노력을 함부로 한 것이 된다.

지금 입으로 넘어가는 건 음식이 아닌 아내의 사랑이다.


좋다.

알고 있다.

당신의 고생을 어찌 모르겠는가.


다만 안타까운 건 나의 표현이 당신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이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는데.."

무엇이 나를 당신에게 죄인으로 만드는가.



이유


식당 밥이 맛이 없을 수 있다.

MSG가 많이 들어갔다고 푸념한다.

남의 것은 뭐라고 평가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만든 음식은 다르다.

음식에 대한 정보가 상처로 왜곡되는 이유.

거기엔 내 감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식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감정이 들어간 모든 곳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당신이 함부로 말하는 결과는 내 힘든 과정이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그런 당신은 나에게 두렵다.

여린 가슴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난 위험하니까.

당신의 아픈 이유들은, 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구분


물론 초면에도 막말하는 무개념을 편들고 싶진 않다.

상대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자기중심적 어른아이도 싫다.

다만 서로가 지속되길 원하는 사이라면 이런 오해의 벽은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린 감정과 이성을 구분하기로 했다.

당신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당신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를 편히 말할 수 있도록.


"이거 생각보다 별로 맛이 없네."

'내가 잘못시켜서 뭐라 하는 건가'

아직도 가끔은 나도 오해를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또 다짐한다.

그저 자기감정의 표현일 뿐, 당신은 날 공격할 사람이 아니다.

서로를 믿기로 한 후, 당신의 말은 날 상처 입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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