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작은 사람이다.
큰 걸 바라지도, 크게 되고 싶지도 않다.
작았던 우리라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작은 욕구
우린 가진 것 없던 대학생부터 시작했다.
내 한 달 생활비는 30만원, 하루에 만원이었다.
3천 원짜리 분식집만 다녔고, 아침을 줄여 술값을 모았다.
신혼집도 시골 변두리 4천 전세로 시작했다.
서로 가진 걸 아는데 부모에게 손 벌리기 싫었다.
지금도 아내는 떡볶이, 김말이만 시켜줘도 행복해한다.
난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돈도 명예도 사회적 관계들도 필요 없었다.
주류에 속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날 '안주류'라 불렀다.
남들에게 안주로 씹힐지언정, 그들만의 인싸 리그에 끼지 않겠다고.
교사가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승진 점수를 받겠다고 이리저리 떠나고 싶지 않다.
위에 잘 보이겠다고 맞춰주는 술자리 따위 하고 싶지 않다.
난 작게 살겠다.
작은 기대
내 아내는 눈에 띄는 걸 싫어한다.
중간만 가고, 묻혀 가자는 주의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당연히 승진도 원치 않는다.
남들을 이끌어야 하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냥 잘리지 않고 평교사로 쭉 살아남고 싶단다.
그랬던 나도 글을 쓰며 욕심이 생겼다.
책을 내고 유명해지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혼자 뭔 똥 같은 글을 쓰고 있나 괴롭기도 했다.
"너무 힘들면 안 해도 돼.
꼭 책을 내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
쓰고 싶을 때 쓰고,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녀는 나에게도 크게 바라지 않는다.
이상적인 나, 성공한 내가 아니어도 괜찮단다.
작고 보잘것없는 나를 당신은 충분하다 말해준다.
넘쳐흘러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날 많이 도와준다.
내가 글을 쓰러 들어가면 애들을 조용히 시킨다.
당신에게 별 의미 없을 내 글이 완성될 시간을 준다.
나 혼자 쓰는 시간이 많아 미안했다.
당신도 뭔가를 하고 싶다면 하라고 했다.
자신은 아직 꿈이 없으니 나의 꿈을 지원해주겠단다.
작은 그릇은 쉽게 찬다.
나는 찼으니 너에게 준다고 한다.
그 작은 그릇이 베푸는 아량을 큰 그릇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작은 것도 그대는 차고 넘쳐 나에게 흐른다.
언젠가 내가 지금보다 더 큰 그릇이 되어도 이건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 작은 그릇으로부터 채워졌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