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by 삐딱한 나선생

"넌 다른 남자와 잤던 여자랑 결혼할 수 있냐?"

중학교 시절, 친구와 순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땐 막연히 더럽혀지지 않은 처녀성, 몸에 관한 내용이었죠.

대학생이 되어 순결은 뭔가 질투에 가까운 감정으로 느꼈어요.

누가 누구랑 먼저 사귀었느니, 걔랑 헤어진 여자를 어떻게 만나냐 이런.

나이가 들면 순결이란 말은 쓰지도 않죠.

많든 적든 이미 과거 경험은 서로 있으니까.

굳이 순결을 말하자면 현재 감정의 진정성이랄까.


사랑이란 단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신이 살아온 경험에 따라 그 의미는 변하니까요.

사랑은 가슴 벅찬 따스함일 수도, 배신과 헤어짐의 아픔일 수도 있지요.

또, 누군가는 육체, 성적인 것을 떠올릴지도 몰라요.

부모, 종교, 자연 같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사랑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가 당신이 할 사랑이 될 거예요.


'나를 알기까지'에서 나는 무엇을 사랑이라 여기고, 얼마만큼 사랑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예쁜 여자를 원하는 남자는 그렇게 했고, 키 큰 남자를 원하는 여자도 그렇게 찾아요.

그러나 외모는 서로를 끌리게 만드는 시작의 조건.

만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하죠.

한쪽은 편안하고 느슨한 자유와 이해를, 한쪽은 모든 걸 바치는 열정과 희생을 사랑이라 말할지도요.

둘의 성격만 맞다고 해서 결혼까지 쉽게 되는 건 아니에요.

부모를, 고향을 떠나지 못해 멀어지는 연인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때론 내 꿈이, 살기 위한 공부, 직업이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중요해지기도 하고요.

그 불편한 지점들에 내 사랑의 정의와 한계가 있을 거예요.


'사랑을 알기까지'에서는 사랑을 단계별로 체계화하고, 나의 위치를 알아보려 합니다.

상대를 그저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각자 온전히 홀로 서는 경지까지.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에 비춘 사랑의 성장 단계입니다.

또한, 부부가 되어서도 성장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되기까지'는 저와 아내가 하나가 되어간 성장 과정입니다.

대학교 1학년 같은 과 cc로 만난 우리는 이제 거의 20년을 살고 있네요.

남들은 부럽고 완벽한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볼지 몰라도 20대엔 지독히도 싸웠습니다.

약한 아내는 이해받는 사랑을 원했고, 외로운 저는 나만 보라는 집착의 사랑을 했지요.

지금에야 서로를 이해하는 아름다운 글도 남길 수 있지만, 그 과정엔 그렇지 않은 장면도 많았어요.

제 성장 과정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힘들어하는 연인, 부부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물론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도 많겠지요.

제가 하는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내 사랑은 무엇이다' 생각할 시간이 된다면 좋겠어요.

곁에 연인이 있다면 함께 얘기 나눌 기회가 되어도 좋고요.

사랑이 끝나는 건 내가 지킬 사람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자신에게 있어서예요.

그것은 자신의 생존일 수도 욕망일 수도 사랑의 방식일 수도 있지요.

부디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죽여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살아가는데 사랑도 함께 살기를, 이 책이 그 길에 작은 빛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