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을 당신을 사랑한다

by 삐딱한 나선생

배고픔을 아는 자만이 음식의 소중함을 안다.

외로움을 아는 자만이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

난 당신이 외로움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외로운 나


내 학창 시절의 기억은 썩 좋지 않다.

난 키도 작고 여려 만만해 보이기 쉬웠다.

중학교부터는 1진이라고 몰려다니는 패거리도 있었다.


나쁜 놈들은 안 어울리면 그만이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내 곁에 남을 친구는 적어졌다.


처음엔 착하고 괜찮은 친구들도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강자에 붙는 중간자들도 생겼다.

고등학교에서는 남녀 합반이 되며 친구의 절반이 잘렸다.


그래도 친구 한 둘은 있었다.

그러다 싸우게 되면 말을 걸 친구도 없어졌다.

내 잘못도 아닌데 사과하긴 싫어 한두 달을 혼자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외로움을 견딘 그때의 나를 대견히 여긴다.

물론 내 부족함이 많았겠지만 외로움에 져 비굴해지진 않았다.

이때의 경험으로 대학교에 가서는 내 사람 하나를 찾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두려운 너


대학생이 된 나는 마음이 급했다.

입학 1주일 만에 누군가에게 사귀자고 했다.

호감이 생기기도 전이었고 당연히 거절당했다.


실패를 한 번 더 하고 마음을 좀 내려놓았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와 친구가 되었다.

한 달 정도 지내다 사귀었다.


처음엔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맘에 들었다.

그러나 그 착함은 나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가 불러도, 부모님의 요구에도 착하게 반응했다.


내 곁에 있어도 눈치 보는 당신이 너무 싫었다.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네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아내는 친구와 부모에게 버려지는 게 두려웠다.

난 외로움을 견딜 줄 아는 사람을 원했는데 정반대였다.

그래도 그녀는 내 옆에 머물러 주었고, 난 반대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홀로 남을 당신


언젠가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난 당신이 죽으면 다른 여자를 만날 거 같아.

내가 죽으면 당신도 외롭게 있지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나.

꼭 애 때문이 아니어도 내가 사라진 이후의 의리를 지킬 필욘 없지.

그러니까 그게 얄미워서라도 절대 죽지 말자."


아내는 내게 이렇게 답했다.

"난 다른 누구를 또 만나고 싶지는 않아.

서로 맞추기 위한 노력을 다시 반복하기 싫어.

애들은 키우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아내는 사람과 깊게 만나는 걸 어려워한다.

괜히 관계를 맺고 감정이 오가고 상처받는 게 피곤하다.

난 외로움에 사람을 찾았지만 그녀는 다시 올 외로움이 싫어 사람을 피했다.


남들은 어떻게 기다리냐는 군대 2년을 편히 기다려주었다.

혹시 내가 죽으면 남은 평생도 혼자일까 걱정이 된다.

나와 다른 외로움을 가진 당신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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