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5단계
드디어 연애의 마지막 단계에 왔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 4단계인 존경에 이르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5단계 자아실현은 결혼을 하고도 이루기 어렵다.
걱정 없음
난 생각이 많고 예민해서 잠을 잘 들지 못한다.
그날은 그래도 오래 뒤척이지 않고 잤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렸다.
"야! 너 제수씨한테 연락 왔어?"
"아까 12시에 3천 더 시킨다 하던데."
"지금 2신데 연락이 안 돼!"
"그냥 잘 놀고 있겠죠."
"네가 전화 좀 해봐~"
"아이고.. 알았어요."
혀가 좀 꼬부라지긴 했지만 잘 놀고 있었다.
여자 셋이 논다고 했으니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난 잘 자고 있는데 깨워서 짜증만 좀 났다.
처음엔 전화를 건 형이 이해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 형 나름엔 불안할 수도 있겠다 싶다.
당신 없이도 편히 잘 수 있는 마음은 쉽게 생기는 게 아니니까.
제한 없음
내 아내도 잘 잔다.
피곤하면 9시, 10시에 잔다.
날 일부러 기다린 적은 없다.
"당신은 인사불성 돼도 집은 찾아오잖아."
그래. 내가 밖에서 잠들어 찾아오게 한 적은 없지.
남자들끼리 좋은 데를 가려거나 주먹다짐을 하진 않으니.
어떤 부부는 서로 외박을 금지한다.
나가서 무슨 짓을 하는지 믿을 수 없어서다.
내 아내가 친구와 해외여행을 간다 하면 심히 놀란다.
우리는 서로 감당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준다.
난 주에 2~3회 술자리를 나간다.
결혼한 남자 중에 제일 총각처럼 산단다.
아내도 약속이 겹치지만 않으면 언제든 나간다.
애 키우는 여자 중에 제일 자유롭게 산단다.
서로를 구속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
물론 자유로운 연애의 형태는 생길 수 있다.
약간의 무관심, 적절한 타협, 일방적 권력.
그러나 5단계는 서로를 놓아서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없음
책을 읽다 보면 마지막 고마운 마음을 배우자에게 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준 사람이었다고.
내가 잘 나서 글을 쓴 게 아니라, 부족한 나를 쓸 수 있게 해 주었다고.
5단계까지 온 사람들은 그 아래를 잊지 않는다.
서로의 몸과 마음에 소홀하지 않으며
이제는 편해졌다고 믿음을 깨지 않으며
내가 아닌 당신 덕분이라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다.
사랑은 남이었던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사랑을 이루면 그 둘은 다시 각자로 돌아간다.
이제 그들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실현하며 산다.
나를 나로서 살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당신보다 더 예쁜 여자는 세상에 많다.
나보다 더 잘나고 멋진 남자도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당신보다 날 더 잘 알고 이해해줄 사람은 없다.
처음엔 내 사랑에 맞는 사람을 찾았다.
내가 생각한 사랑에 당신을 넣으려고 했다.
내 사랑에 당신이 들어왔지만 이제는 당신이 내 사랑이다.
더 이상 다른 어떤 사람으로도 대체할 수가 없다.
당신이 아닌 것은 사랑이 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