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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Oct 10. 2024

2. 완벽의 조건(2)

지혜씨와 지석씨는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어요. 몸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까, 적어도 자기 탓은 아니니까요. 오늘은 분위기도 잡으려 와인에 소고기도 구웠어요. 지석씨는 술을 억지로 참아왔지만, 그런 마음을 좀 내려놓고 싶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조금은 마셔도 괜찮겠다 싶었죠. 지혜씨도 오늘만큼은 아이를 갖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지석씨와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까지 부담을 너무 갖고 있었어요. 두 사람은 오랜만에 연애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지혜씨도 지석씨도 이제는 지쳤어요. 편안한 마음을 가진다는 게 더 불편했어요. 더 이상은 노력하기도 싫었고, 대화도 줄었어요. 몇 달이 지나 다시 병원을 찾았어요.

“선생님, 마음을 좋게 가져보려고 해도 안 돼요. 제 몸이 멀쩡한데도 생기지 않는데, 더 늦어지면 어떻게 해요. 빨리 다른 시도라도 해보고 싶어요.”

“맞습니다. 저희 마음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처음부터 스트레스였던 게 아니라,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으니 불안해진 겁니다. 다른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지혜씨와 지석씨는 의사 선생님께 다그쳐 물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두 사람이 점점 더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죠. 마음의 문제라고 해도 더 나빠질 것 같았어요.

“그럼 우선 인공수정 방식으로 진행을 해보고, 다음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그 후로 병원을 더 자주 가게 되었어요. 힘든 과정도 많았고 돈도 많이 들었어요. 처음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의 결실로 아이를 얻을 줄 알았어요. 이제는 그 과정도 의사에게 맡겨 놓으니 사랑이 담기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저 인공적인, 어딘가의 실험 같았죠. 그래도 지혜씨와 지석씨는 아이를 위해 견뎠어요. 그러나 계속된 시도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선생님! 이 방법은 확률이 높다고 하셨잖아요! 왜 우리는 안 되는 거예요. 흑흑…”

지혜씨는 울며 소리쳤어요.

“성공률이 30% 정도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숫자입니다. 쉽게 말해 실패할 확률이 반도 넘는 겁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봐도 두 분에게 문제를 찾을 수 없었어요.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지만 아이가 자리 잡지 못했어요. 정말 안타깝고 죄송스럽지만 지금은 원인을 찾기 어렵고,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아주 희귀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석씨는 멍하니 고개를 떨어뜨렸어요. 그러다 여전히 흐느끼는 지혜씨를 봤어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으려던 당신이 소리까지 지르다니…’

그동안 지혜씨가 많이 바뀐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지혜씨를 안아줄 힘은 없었어요. 지석씨도 많이 바뀌었어요.

의사 선생님의 얘기가 끝났지만 둘은 일어나지 못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뭔가를 다짐한 듯 다시 말을 꺼냈어요.

“두 분이 그간 고생하신 걸 잘 압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혹시 미래의 기술이라면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지혜씨는 눈물을 멈춰 바라보았고, 지석씨는 또렷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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