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씨와 지석씨는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어요. 몸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까, 적어도 자기 탓은 아니니까요. 오늘은 분위기도 잡으려 와인에 소고기도 구웠어요. 지석씨는 술을 억지로 참아왔지만, 그런 마음을 좀 내려놓고 싶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조금은 마셔도 괜찮겠다 싶었죠. 지혜씨도 오늘만큼은 아이를 갖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지석씨와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까지 부담을 너무 갖고 있었어요. 두 사람은 오랜만에 연애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지혜씨도 지석씨도 이제는 지쳤어요. 편안한 마음을 가진다는 게 더 불편했어요. 더 이상은 노력하기도 싫었고, 대화도 줄었어요. 몇 달이 지나 다시 병원을 찾았어요.
“선생님, 마음을 좋게 가져보려고 해도 안 돼요. 제 몸이 멀쩡한데도 생기지 않는데, 더 늦어지면 어떻게 해요. 빨리 다른 시도라도 해보고 싶어요.”
“맞습니다. 저희 마음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처음부터 스트레스였던 게 아니라,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으니 불안해진 겁니다. 다른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지혜씨와 지석씨는 의사 선생님께 다그쳐 물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두 사람이 점점 더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죠. 마음의 문제라고 해도 더 나빠질 것 같았어요.
“그럼 우선 인공수정 방식으로 진행을 해보고, 다음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그 후로 병원을 더 자주 가게 되었어요. 힘든 과정도 많았고 돈도 많이 들었어요. 처음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의 결실로 아이를 얻을 줄 알았어요. 이제는 그 과정도 의사에게 맡겨 놓으니 사랑이 담기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저 인공적인, 어딘가의 실험 같았죠. 그래도 지혜씨와 지석씨는 아이를 위해 견뎠어요. 그러나 계속된 시도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선생님! 이 방법은 확률이 높다고 하셨잖아요! 왜 우리는 안 되는 거예요. 흑흑…”
지혜씨는 울며 소리쳤어요.
“성공률이 30% 정도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숫자입니다. 쉽게 말해 실패할 확률이 반도 넘는 겁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봐도 두 분에게 문제를 찾을 수 없었어요.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지만 아이가 자리 잡지 못했어요. 정말 안타깝고 죄송스럽지만 지금은 원인을 찾기 어렵고,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아주 희귀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석씨는 멍하니 고개를 떨어뜨렸어요. 그러다 여전히 흐느끼는 지혜씨를 봤어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으려던 당신이 소리까지 지르다니…’
그동안 지혜씨가 많이 바뀐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지혜씨를 안아줄 힘은 없었어요. 지석씨도 많이 바뀌었어요.
의사 선생님의 얘기가 끝났지만 둘은 일어나지 못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뭔가를 다짐한 듯 다시 말을 꺼냈어요.
“두 분이 그간 고생하신 걸 잘 압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혹시 미래의 기술이라면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지혜씨는 눈물을 멈춰 바라보았고, 지석씨는 또렷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