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가끔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행복하게 지냈어요. 주말이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요. 휴가를 내서 여행도 자주 다녔죠.
하지만 영화도 보다 보니 볼만한 건 다 본 거 같았어요. 여행도 맛집도 조금은 시들해졌고요. 딱히 함께할 만한 취미도 없었어요. 둘이서는 뭔가 심심한 기분이었죠. 빈자리가 채워져야 완전한 가족이 될 것 같았어요.
“지석씨, 우리도 이제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말을 먼저 꺼낸 건 지혜씨였어요.
“너무 늦어지면 나도, 아이도 안 좋을 것도 같고….”
아이를 가지려고 보니 태어날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었어요. 남들보다 늦어지는 것도 마음에 걸렸어요. 나중에 엄마들 모임에서 자기만 나이 들어 보이는 건 싫었거든요.
“그래, 안 그래도 우리를 닮은 예쁜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지석씨도 기꺼워하며 대답했어요.
“나도 이렇게 건강할 때 아이를 가져야 더 좋겠지!”
아이를 가지려고 술도 끊고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남들보다 더 튼튼하고 똑똑한 아이가 태어나길 바랐어요. 나중에 남들보다 못난 자식이 되는 건 싫었거든요.
지혜씨, 지석씨의 부모님도 기뻐했어요. 몸에 좋은 보약도 지어서 보내주었죠. 지혜씨와 지석씨도 왠지 효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둘 사이도 가까워진 거 같았어요. 더 자주 만나게 되었고, ‘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금방 생길 것 같았던 아이가 좀처럼 올 생각을 안 했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두 사람은 불안해졌어요.
‘아니, 나는 아픈 것도 없이 멀쩡한데. 지석씨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 거 아니야?’
‘아니, 나는 이렇게 힘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데. 지혜씨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두 사람은 결국 병원을 찾아갔어요. 진짜 원인이 뭔지를 찾으려 검사를 했어요. 지혜씨도 지석씨도 자기 때문은 아니길 바라며 어렵고 부끄러운 시간을 참아냈어요.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가야 했고, 결과를 들을 수 있었죠.
“검사 결과를 보니까요. 두 분 모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신체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요. 임신에 대한 부담을 좀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시면 낫지 않을까 하네요. 우선은 시간을 좀 두고 지켜본 후에도 만약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그때 다시 상담을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