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은 진지하게, 또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혹시 ‘인공 자궁’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쉽게 말해 엄마의 몸에 있는 ‘아기집’을 대신한다는 거예요. 두 분의 난자와 정자는 아주 건강하니까 수정체가 커 갈 집만 괜찮으면 된다는 말이죠. 엄마의 몸에 아이 씨앗을 붙이려던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왜 이렇게 저희를 고생시킨 겁니까?!”
지석씨는 따져 물었어요.
“사실 이 기술은 아직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현재 허락된 건 아기 세포를 키우기 위한 처음의 며칠, 너무 일찍 태어난 아기를 살리기 위한 나중의 몇 달. 온전히 아이를 밖에서 태어나게 하는 건 불가능하죠.”
“안 된다고 하시면서… 저희한테 말씀해 주시는 이유는 뭐죠?”
지혜씨는 숨겨진 답을 찾으려는 듯 물었어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비밀리에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지도교수였던 분이 연구를 맡고 있고요. 사실 이 기술이 인간이 인간을 만드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두 분이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오신 걸 알고 있기에 권해드리는 겁니다. 물론 선택은 두 분의 몫이고 억지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지석씨는 조심스레 물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돈이 목적이 아니라 연구를 우선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병원진료 비용 정도 외에는 크게 들지 않을 거예요. 다만, 비밀리에 진행되는 만큼 위험부담이 큽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게 알려지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렵겠지요. 두 분도 이 내용을 절대,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됩니다.”
“선생님, 그럼 나중에 문제가 되는 거 아니에요? 또,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자꾸 비밀 비밀 하니까 더 불안하기만 해요.”
지혜씨는 확실한 답을 듣고 싶었어요.
“이미 기술적으로는 완벽합니다. 여러 성공 사례들도 갖고 있고요. 아이가 완전히 다 자란 상태가 되면 안전하게 두 분께 전달될 겁니다. 당연히 부모님의 유전자와 비교한 친자확인서도 함께 보내드리지요.”
지혜씨와 지석씨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었어요.
“우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만 이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드리는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드린 말씀이니,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믿음은 지켜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