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씨는 집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여보, 정말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일까? 여태껏 병원에 다니면서 겪은 일도 끔찍한데 이건 더 막막한 느낌이야.”
“나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 같아. 경제적인 부담도 없고, 그래도 마지막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아, 그리고 인터넷으로 알아보니까 엄마 아빠의 좋은 유전자를 고르고, 나쁜 건 잘라 낼 수도 있다더라고. 그냥 자연적으로 생기는 아이보다 훨씬 건강하고 똑똑하게 태어날 수 있대.”
지석씨는 결정을 내린 것 같았어요.
“정말 그럴까? 나중에 괜히 우리도 처벌받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에이, 오히려 병원이나 연구소에서도 몰래 진행하는 걸? 그쪽이 더 알려지길 꺼려하겠지. 그리고 당신한테도 훨씬 좋을 거 같아. 임신해서 배 나오고 입덧하고 이런 힘든 것도 없고, 또 출산하는 아픔도 겪지 않아도 되고. 의사 선생님도 우리 부부를 몇 년 동안 지켜봐 왔으니 특별히 알려주신 것 같아.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지혜씨도 결정을 내렸어요.
며칠 뒤, 두 사람은 병원을 찾았어요. 마음을 먹으니까 하루라도 더 빨리 아이를 만나고 싶었어요. 의사 선생님께 앞으로의 절차에 대해 들었어요.
“따로 뭘 더 하실 건 없습니다. 우리 병원에 보관 중이던 가장 건강하고 좋은 두 분의 난자와 정자를 이용할 거예요. 시설은 해외의 숨겨진 장소에 있지만, 언제든 화면을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기가 커가는 과정을 세포단계부터 신체 기관이 생기는 모습까지 다 보실 수 있어요.”
“그럼 저희는 그냥 아무 때나 와서 보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지혜씨가 물었어요.
“다른 임산부와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돼요. 태아의 성장 시기에 따라 검사도 하고 확인도 시켜드릴 겁니다. 만약 장애가 발견되거나 이상이 있어도 바로바로 치료가 가능해요. 엄마의 몸속에 있는 것보다 영양 공급이나 관리에도 효과적이지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석씨가 말했어요.
지혜씨와 지석씨는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지혜씨는 악성 민원이 들어와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어요. 지석씨는 먼 거리의 출장도 신나게 다녀왔지요.
병원에도 자주 들렀어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손과 발도 자라고 있대요. 병원에 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힘든 검사도 없고, 그냥 우리 아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지혜씨와 지석씨는 아주 오랜만에 평화를 찾았어요. 지혜씨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소고기를 구웠어요. 지석씨도 아무 부담 없이 와인을 마셨지요. 그리고 서로를 따듯이 바라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