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씨가 변화를 느낀 건 한두 달이 지난 후였어요. 평상시처럼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식당에 가는 계단에서부터 속이 안 좋은 거예요.
‘아… 오늘은 왜 이리 냄새가 역하게 느껴지지? 음식이 뭔가 잘못됐나?’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아무렇지 않게 식당으로 내려갔어요. 지혜씨는 지하 식당이 더러운 냄새로 가득한 시궁창 같아서 도저히 더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그날 점심은 그냥 마시던 커피에 과자 부스러기로 때웠어요.
‘요즘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 일찍 퇴근해서 쉬어야겠어.’
지혜씨는 집에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어요. 반찬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욱! 우욱!!’
지혜씨는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결국 저녁은 하지도 못하고 소파에 기대어 쓰러져 있었지요. 지석씨는 저녁 늦게 퇴근해서야 지혜씨를 봤어요.
“어?! 당신 왜 이러고 있어? 어디 안 좋아?”
“모르겠어. 오늘 점심부터 속이 안 좋더니, 냉장고 근처도 못 가겠어.”
“아이고, 그럼 좀 쉬고, 지금은 배달도 오래 걸릴 거 같으니까 내가 간단히 차릴게.”
“아니야. 나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도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지석씨 혼자 먹어.”
“아휴… 이건 좀 심한데? 당신 이런 적 없었잖아.”
서로를 바라보며 정적이 흘렀어요.
“에이, 설마 아니겠지. 우리가 몇 년을 고생했는데. 병원에서 별 방법을 써도 안 된걸.”
“몰라. 그런데 정말 도저히 견디기 힘들긴 해.”
“그럼 약국 가서 당신 소화제 같은 거라도 물어보고, 혹시 모르니까 임신 테스트기도 사와 볼게.”
그렇게 두 사람은 혼란스러운 상태로 잠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