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앞에서

by 파도한잔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데
기어코 빛을 피해 어둠으로 찾아드는 걸 보면
꽃이 되기는 그른 모양이다

너를 잃는 게 두려운 것일까
다시 혼자가 되는 게 두려운 것일까

생경한 시간들이 갑작스럽게 흘러간다.
꽉 막힌 기분에 글자조차 갈 길을 잃었다.
너의 눈이 뒤돌아 나를 볼 때
나 역시 그 눈으로 나를 보았다


짓눌린 어깨보다 뛰지 않는 심장이 더 무거워
발걸음이 쉽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아니고 싶었다


돌아보면 내 뒤에 있던 모습이

오늘의 나와 오버랩되면서
이기적인 모멸감에 사로잡혔다


하루하루가 뚝뚝 떨어져 돌 위로 흘러내린다
내가 애쓰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고여버릴 듯한,
내가 손을 놓으면 언제든 부서질 것만 같은
뜨겁지만 얄팍한 방울이 몽롱하다


한 글자 한 글자로 기워내진 우리의 지금인데
걸음을 걸어내지 못하는 내 모습에
문장이 되지 못한 채,

글자로 남아 흩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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