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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달호 Sep 24. 2018

폐기가 두렵지 않은 이유

폐기지원금을 아시나요?

유통기한이 지난 김밥과 도시락을 한 무더기 모아놓고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을 분리하고 있는데 명식이가 들어왔다. 명식이는 학원 강사를 하는 친구다. 농반진반 “나도 편의점이나 한번 해볼까” 하면서 종종 우리 편의점에 놀러 온다. 날 보더니 놀라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녀석이 묻는다.


“그렇게 버리면 아깝지 않냐?”


당연히 아깝지. 그런데 프랜차이즈 편의점에는 ‘폐기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때로는 이렇게 엄청난 양의 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유제품 등을 버려야 한답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가 가맹한 프랜차이즈에서는 도시락을 폐기하면 손실 비용의 50퍼센트를 본사에서 부담해준다. 햄버거나 샌드위치는 30퍼센트, 단가가 그리 높지 않고 폐기율이 낮은 삼각김밥은 10퍼센트 정도를 지원받는다. 폐기 리스크가 큰 품목일수록 지원율이 높다. 과일은 손실액의 90퍼센트까지도 보상해준다.


막 오픈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가보면 온갖 프레시 푸드(삼각김밥, 도시락 등)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픈 후 일주일 정도는 본사에서 100퍼센트 폐기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 상권에서 프레시 푸드가 어느 정도 팔리는지 가늠해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그득그득 쌓아둬 보고, 팔리는 정도를 보아 나중에 발주량을 조절하게 된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돈의 힘’이다.


오픈하는 신규 매장에는 이렇게 엄청난 물량공세를 쏟아붓습니다.

이런 오픈 폐기 지원과 일상적인 폐기 지원 말고도 신제품이 나오면 추가적인 폐기 지원을 해준다. 새로 나온 제품은 소비자들이 알 때까지 일정한 폐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니 그 부분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편의점 브랜드에서 딸기샐러드가 새로 출시됐는데, 출시 첫날 100퍼센트 폐기 지원을 해줬다. 어차피 공짜라는 생각에 한 100개쯤 주문해버릴까 하다가(내가 이래서 머리가 벗어졌나 보다) 양심이 손가락을 진정시켰다. 20개를 주문했다. 그날 밤 우리 집에서는 딸기 파티가 열렸다. 전국적인 범위에서 보면 막대한 양의 딸기 샐러드가 그날 그렇게 소모됐을 거다.

여름에 수박이 출시될 때에도(수박 한 조각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다), 초겨울에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개시할 때도 100퍼센트에 가까운 폐기 지원을 해준다. 가맹점마다 엄청나게 발주해서 잔치를 벌인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역시 ‘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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