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A 씨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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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oo

바텐더 A 씨는 항상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통통한 몸이 콤플렉스였으며,

이 살만 없으면 인플루언서에 도전해보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막 출근 했을 땐 바쁘지 않던 가게가

새벽을 지나면서 자꾸 손님이 한둘씩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토킹바였으므로,

기본적으로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손님들이 오곤 했다.

더러는 같이 나가자며 보채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을 좋게 달래어 돌려보내곤 했다.


“정말 몸이 궁한 애들은 여기 안 와.

여기 오는 애들은 다 외로워서 오는 불쌍한 애들이야.”


가끔 옆 자리의 진상이 곤혹스럽게 굴면 저를 달래는지,

앞의 바텐더를 달래는지 모를 말을 해댔다.


그녀, 바텐터 A 씨는 오늘 간만에 취기가 돌았다.

술만 들어가면 소싯적 얘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단골손님의 멘트에 질렸는지,

40도나 되는 위스키를 연거푸 들이켰다.


단골손님은 그녀 같은 타입은 내 취향이 아니라며 떠들어댔으면서

위스키를 두어병쯤 비우고 나니 은근하게 같이 나갈 생각이 없냐며 들이댔다.


아유, 오빠 여기 씨씨티비 있는 거 다 아시면서 그래요.

웃는 낯으로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새벽 네시가 넘어가자 손님들은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한숨 돌린다는 듯이 같이 일하는 직원과

마주치자 서로 눈웃음을 나눈다.




퇴근을 하고 나면 그녀의 루틴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러 도어록을 열면,

환기하느라 열어둔 창 밖을 한 번 훑어본 뒤 창문을 닫는다.

내일 아침이 밝아오면 햇살이 잠을 깨우는 게 싫어

암막 블라인드도 착착 내려 감는다.

그러고는 출근하느라 어질러진 집안을 돌아다니며 대충 정리한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화장실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담배를 한 까치 물어 핀다.


후우우. 한숨인지 연기인지 모를 깊은숨을

내쉬고는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툭 떨군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녀는 잠시 죽어있던 듯하다.




그녀는 퇴근길에 들었던 사장님의 수다가 떠올랐다.


“원래 우리가 하려구 했던 자리가 있었는데,

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안 했지. 거기서 사람이 목메달아 죽었거든.

그게 영 찝찝해서 우린 고 옆에 넓은 데다 열었어.

근데 우리가 할라구 했던 고 자리에 웬 놈이 떡하니 들어왔지 뭐야.

우리가 여기서 빤히 장사하는 거 다 알고선 들어왔다던데. 주류상이….”


전에도 들어본 적 있던 얘기였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 A 씨가 하고 싶은 말을 골랐다.


“…. 근데 그 집 얼마 안 가 쫄딱 망해서 업종 바꿔 장사 중이지. 원래 거긴 바 자리야….”


그녀는 결국 속으로 굴렸던 말을 뱉었다.


“사장님, 정말 사람이 죽으면 영향을 받나요? 귀신같은 거 말예요…”


당연하지. 근데 원 찝찝해서 장사하겠냐.

너두 시세보다 하안참 싼 집은 꼭 물어봐. 그거 말 안 해주면 불법이야, 불법.


사장님의 충고가 버무려진 말들을 흘리며 차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목메달아 죽은 귀신이

그 터에 무슨 영향을 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도깨비 터도 그렇다는데.”

도깨비와 그녀가 무엇이 다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한다며 타박했지만 죽이 잘 맞던 전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걔는 나보다 더 했던 것 같아. 웬 일루미나티에 외계침공….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픽. 웃는다.


오늘은 무사히 퇴근 후에 입에 뭘 안 집어넣고 자는구나.

요 근래 그녀의 신경을 자꾸 거슬리게 만들었던 살덩이들을

이번에는 꼭 없애보리라 다짐하며 이부자리에 누웠다.


막상 자려니 몸이 시려 잠이 오지 않는다.


도톰한 이불을 손으로 꼭 부여잡던 그녀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며 이불속에서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이렇게.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처럼 몸을 말고 자면 춥지 않을거야.

떨리는 몸을 꾹 누르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 집에 폴리스라인이 쳐진 것은, 이틀뒤 오후.


이틀이나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마저 없던 그녀에게 연거푸 전화를 건,

평소 조금 친분이 있던 동료가 그녀의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눌러대다

시끄러운 소리에 옆집이 불렀던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면서였다.


사인은 호흡곤란으로 인한 심정지. 그러니까 질식사였다.

집에는 별다른 침입의 흔적이 없어 단순 자살로 판명날듯 했다.


그 목메달아 죽은 귀신의 외로움이, 그녀까지 잠식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연기 같은 무언가가 그녀의 차가운 몸 위를 떠돌다

훅. 창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구급대원이 눈을 한 번 비볐다.


그녀를 반듯한 자세로 펴려고 노력했으나

셋이나 되는 장정의 힘에도 그녀는 꼭 끌어안은 다리를 놓지 못했다.


시신이 훼손될까 그녀를 그대로 들어 천을 올려놓는 동안에도

그녀의 표정은 웃는 낯을 유지하고 있었다.


질식사 한 거 아니야? 근데 웬 표정이….


뒤에서 시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응급구조원은

곧이어 빨리 서두르라며 대원들을 재촉했다.




태초의 따뜻함으로 시린 외로움을 밀어내려고 했던 것일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만이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어수선한 방안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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