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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Sep 27. 2021

가을-겨어어어어어어어울-봄!-여어어름

Highly Unbalanced Four Seasons

다트머스에도 분명 사계절이 모두 있다. 문제라면 사계절의 비율이 “가을—겨어어어어어어울—봄!—여어어름’ 정도라는 것? 겨울의 정의를 “눈이 내린다,” “패딩을 꺼내서 입기 시작한다” 정도로 두었을 때, 다트머스는 10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일년의 반 정도가 겨울이란 점이 문제다. 남들은 추수감사절이 지나서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캐롤을 듣기 시작하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무슨...! 잭-오-랜턴 위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화이트 할로윈”을 볼 가능성이 큰 곳이 바로 해노버다. 


첫 눈이 오면 그동안 눈을 볼 기회가 드물었던 서부나 남부 출신의 신입생들은 신이 난 강아지마냥 눈밭을 달리고,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하는데, 동부나 중부 출신의 학생들은 기숙사 창문을 꼭 닫고 기대서서 한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혀를 찬다. 쯧쯧. 


“이제부터가 고난의 시작인데 뭐가 저렇게들 신나가지고는... 어린(?) 녀석들...” 


첫 눈의 기쁨도 잠시, 10월 말부터 내리는 눈은 지구 어딘가에서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4월이 다 가도 녹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4월 넷째 주에 열리는 2박 3일 일정의 차년도 다트머스 합격자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디멘션 (Dimensions)” 직전에는 반드시 쌓인 눈이 모두 녹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날씨도 정말 맑고 쾌적하다! 


때문에 초롱초롱한 눈빛의 새내기들은 우리가 그들을 생각해 이 곳의 날씨가 얼마나 “거지같은지”에 대해 솔직한 열변을 토해도 공감하기는커녕 학교가 조금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피우는 엄살로 받아들이니 억울해 미칠 지경이다. 다트머스 겨울의 실체를 안다면 그들의 Pros and Cons 리스트를 분명 처음부터 다시 쓰게 될 텐데! 아무래도 신입생이 한 명도 없을까 봐 걱정된 신이 다트머스를 지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길고 혹독한 겨울에 대해 불평하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겨울에 추운 대신 여름에는 시원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는 뭘 모르는 터무니없는 소리! 다트머스의 여름 날씨는 한국과 비슷하여 굉장히 습하고 덥다. 그리고 기숙사는 신관 몇 군데를 제외하면 에어컨이 없다. 그나마 에어컨이 있는 신관은 대부분 여름학기 동안에 중·고등학교 운동부의 합숙 훈련을 비롯하여 각종 사설 교육 프로그램에 임대된다. 따라서 여름의 주거(?)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중해의 어느 해변 혹은 플로리다의 에메랄드 빛 바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집에서 보낼 수도 있는 여름 학기를 왜 굳이 다트머스에서 보내겠는가? 여름 학기가 의무인 2학년도 아닌데 D-Plan을 계획하며 “여름”을 넣는 다트머스 학생들은 스스로를 학대하는 변태일까?


Written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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