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모호한 아이디어가 몇 개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출발해 어디로 갈 것인가?
1 특정한 것으로 만들자
막연한 장소에 놓인 막연한 인물에 관해 쓸 수는 없다.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상황을 맞닥뜨리며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는 특정한 인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감정, 특히 두려움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에서 소설을 시작한다고 해보자. 이 감정을 느끼는 인물은 누군가? 젊은 여성이라고 정하자. 어디에 있나? 산속 오두막에, 혼자 있고, 밤이라고 하자 등등(다음으로는 오두막 밖에 누가 있어서 그녀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 하는 점을 결정할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는 인물이든 아니든, 인물을 정했다는 것은 소설의 성패를 가를 선택을 내렸다는 뜻이다(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작가 지망생들의 소설을 보면 인물에 대한 애정과 이해라는 요소가 쏙 빠져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설득력 있는 인물로 그려낼 수가 없다. 작가가 애정을 기울이지 않은 인물은 독자들도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다).
2 복잡하게 만들자
다른 인물, 사건, 상황을 끌어들여 결과를 더욱 불확실하게, 그로 인해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자. 예를 들어 산속 오두막 이야기에 세 번째 인물을 투입한다고 해보자. 식료품을 배달하러 온 청년? 변호사? 의사? 아니면 범행을 조사하러 온 경찰관? 이러한 질문에 차례차례 대답할 때마다 소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답에 더욱 가까워진다.
짚고 넘어가자면, 나는 몇 년이나 고집스럽게 노력한 끝에야 인물 단 한 명만으로는 플롯이 있는 소설을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물의 주변 환경이 너무나도 중요한 소설이라 이를 두 번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만 나오면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보내기가 쉽다. 둘째, 그를 정의하려 할 때 그가 다른 인물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다른 인물이 그에게 반응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가 없다.
나는 〈낯선 이들의 정거장〉에서 인간 한 명과 외계인 한 명을 우주 위성에 놓았다. 그런데 외계인은 칸막이 벽 뒤에 있으면서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는다. 마치 배경처럼 그냥 거기에 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 나는 세 번째 인물 즉 주인공이 ‘제인 아줌마’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투입해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주인공이 죽자 제인 아줌마가 뒤에 남겨지면서 이야기에 울림이 생겼다. 책의 마지막 장이 덮여도 계속될 것 같은 울림.
더욱 잘 알려진 예로는 잭 런던의 〈불을 지피다 To Build a Fire〉를 살펴볼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 관한 순수한 이야기, 북극에서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흔히들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세 번째 인물이 있다. 바로 개다. 이 개는 주인공 남자에겐 없는 생존에 필요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자는 죽지만 개는 살아남고, 독자는 개에게 공감하기 시작한다. 이 개는 이야기에 울림을 주며 독자가 주인공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편집자들은 보통 독자가 공감하고 있는 시점인물이 마지막에 죽는 것으로 끝나는 단편소설은 무슨 이야기든 간에 꺼린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마지막 순간에 살아남은 다른 인물로 시점인물이 뒤바뀌면 독자 역시 죽은 인물이 아니라 애도하는 인물로 공감하는 대상이 뒤바뀌고, 그러면서 결말은 힘이 쫙 빠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인물은 또 다른 방식으로도 플롯이 너무 단순해지지 않도록 돕는다. 적대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팽팽한 갈등보다 동맹 관계에 놓인 인물들 간의 사소한 갈등이 더 흥미로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모두 강렬한 감정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이 등장하고, 이들이 서로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옳다면, 강력한 힘을 가진 이야기의 소재를 손에 넣은 것이다.
3 비평하자
이야기가 진척되면 흠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코끼리가 어떻게 거실에 들어왔을까?(어디서 나타났는지는 신경 쓰지 말자. 어떻게 ‘문’을 통과했는지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이 아이는 몇 살인가? 왜 2쪽에서는 5살짜리처럼 말하다가, 3쪽에서는 10대처럼 말하나? 주인공인 소심한 은행원은 ‘어쩌다’ 갑자기 정글에 가서 호랑이를 쫓게 되었나?
스스로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보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추궁을 받는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
★ 등단의 문턱을 넘는 확실한 작법서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 작가 지망생을 위한 최고의 가이드북
《소설쓰기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