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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Feb 26. 2019

소설 구상에 필요한 5가지 질문 2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동기: 왜 인물은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가?

  “왜 인물은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이 “안 그러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니까”라고 바로 튀어나온다면 당신은 문제에 빠져도 단단히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는 잊어버려야 한다. 대신 ‘인물에게’ 있는 이유를 생각하자.
  동기는 인물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 또는 인물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불러일으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큰가에 비례해야 한다. 동기가 사소하면 인물이 보여주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사소하거나 터무니없을 수밖에 없다.
  갈등을 그린다면 인물이 얻거나 잃게 될 중요한 뭔가를 제시해야 한다. 목숨이든 돈이든 사랑이든 자유든 자존심이든 간에 말이다. 이 중 하나가 아니라도, ‘그 인물의 입장에서는’ 이와 똑같이 중요한 뭔가를 찾아줘야 한다. 인물이 원하는 게 거액의 돈이라면 달리 해명할 필요가 없지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저당 잡히고 가정과 직장생활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빅토리아 여왕의 속옷 한 벌을 손에 넣고자 한다면 독자가 이 인물의 행위를 믿을 수 있도록 아주 생생하게 묘사해야만 한다(그전에 우선 작가가 이런 종류의 집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생생하게 묘사하기가 어렵다).


  추리소설에서는 단순한 호기심도 충분한 동기가 된다. 호기심을 과소평가하지 않길 바란다.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강력하기로 꼽히는 것이니까.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다. 타인의 삶, 이국의 땅, 온갖 위험한 직업, 즉 우리 경험 밖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 또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미래의 삶, 다른 행성에서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다. 작가가 전부 꾸며낸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호기심 때문에 우리는 책장을 계속해서 넘긴다. 이 살인자가 어떻게 잠긴 방 안에 들어갔나? 남자는 여자를 떠날까? 가면을 쓴 이는 대체 누굴까?
  미스터리소설에서는 보통 주인공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행동을 하고는 있지만 달리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어서 하는 것이지 딱히 이유가 없다. 이렇듯 주인공은 사건에 좌우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었든 안 되었든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인물들에게는 더욱 신중하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며 거대한 사기 행각과 음모를 획책하는 이들, ‘이들의’ 동기는 무엇인가? 뭔가 중요한, 얻는 게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소란을 일으키고 수고를 감내할 이유가 없으니까. 결말에 가서 작가가 악당에게 실질적 동기를 부여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야기는 무너지고 만다. 독자는 속았다고 느낄 게 뻔하다.


  동기부여를 비용과 수익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인물의 욕구가 얼마나 납득하기 어렵고 별난 것이든 ‘인물 자신에게는’ 그만한 비용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인물이 그 욕구를 좇는 모습을 타당성 있게 그릴 수 있다.
  보조적 인물인 A가 주인공인 B를 찾아와 “우리 좀 도와!”라고 말한다면, 거의 무조건 주인공을 잘못 설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첫째,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도 A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도 A라면 도대체 B가 소설에서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둘째, ‘왜’ B는 A를 도와야 하나, B에게 무슨 이익이 되나? 이에 대한 답이 ‘아무것도 없다’라면 동기도 없는 주인공을 내놓은 셈이다.

  B가 A를 돕고, 돕다가 문제에 휘말린다고 해서 독자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기대하지 말자. 독자도 안다. B가 굳이 거기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언제든 빠져나와 자기 일이나 신경 쓰면 그만이라는 것을(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는다. 그 일이 곤란하고 위험한 일일지라도. 하지만 남을 돕는 데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내용은 만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제: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사람들이 이 질문을 던지며 기대하는 답은 소설의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예를 들어 ‘사랑과 죽음’)가 아니라 훨씬 가깝고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다.

  예컨대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남자에 관한 겁니다”(존 치버의 〈교외의 남편 The Country Husband〉, “매력적이고 싹싹한 여자에 관한 겁니다”(도러시 파커의 〈금발 여인 Big Blonde〉), “잔혹한 살인 사건입니다”(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마크하임 Markheim〉), “기이한 결혼입니다”(제임스 조이스의 〈하숙집 The Boarding House〉).
  윌리엄 서머싯 몸의 〈비〉를 처음으로 펼쳐 읽기 시작했다면, 이 작품이 선교사와 매춘부의 다툼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은 모를 테지만, 남태평양을 지나는 배 위 승객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도입부에는 작품의 진짜 주제가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갖가지 묘한 방식으로 이 주제가 환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계식 피아노의 거슬리는 음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소리는 나중에 더 큰 의미를 띤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무엇에 대한 소설이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면 독자가 책을 그대로 덮어버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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