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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Mar 22. 2019

깊이 있는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가장 이상적인 그림책은 어른 독자와 어린이 독자 모두에게 재미있는 책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읽어주는 어른 독자와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 독자 모두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게 가장 좋다.



  그럼 깊이 있는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오랫동안 사랑받는 그림책이 탄생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커다란 주제에 대해 질문하거나 의미 있는 문제를 탐색해야 한다. 인생이나 우리가 사는 세상 속의 진실 한 조각을 품고 있어야 한다. 동네를 산책하는 소녀, 그 소녀가 주머니에 넣은 자갈, 그 소녀를 보고 짖는 개, 그 소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이웃에게는 심오한 진실이 담겨 있지 않다. 아무 의미 없는 사건, 장면, 묘사일 뿐이다.

  작가는 글을 쓸 때 어떤 사상이나 주제를 늘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독자의 마음속에 남는, 하나의 사건을 울림이 있는 이야기로 만들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과정은 집을 짓는 과정과 같다. 목수는 틀을 세우고 나서야 벽을 쌓는다. 틀은 벽을 붙잡아 준다. 틀은 지붕을 떠받친다. 틀은 완성된 집의 형태를 결정한다. 이야기의 틀은 모든 것 즉 플롯, 인물, 결말, 어휘를 결정한다. 이야기의 틀을 발견하는 데 망치나 톱은 필요 없다. 도구나 비싼 기계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이며, 심지어 공짜다.


이야기 속의 질문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마다 작가는 자신이 그 이야기를 통해 밝히려 하는, 밑바탕에 깔린 더욱 큰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앞서 잠시 언급한 동네를 산책하는 소녀 이야기를 마저 해볼까? 이이야기에 작가가 탐구해야 할 무언가를 더해보자. 예를 들어 이 소녀가 골목길 끝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가고 있으며, 10분 안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다고 치자. 소녀는 자갈을 집어 드느라, 꽃향기를 맡느라, 달팽이가 지나간 자국을 만져보느라 자꾸만 발걸음을 멈춘다. 그럴 때마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할머니 댁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묻는 질문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이 매일 우리 앞에 펼쳐놓는 신비로운 광경에 관심을 기울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개념을 더욱 잘 이해하려면 유명한 몇몇 그림책이 이야기 속에 서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면 된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가 던지는 질문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본성과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강요를 받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로 큰 성공을 거둔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Click, Clack, Moo: Cows That Type》가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다. 사랑스러운 책 《내가 어떻게 해적이 되었냐면 How I Became a Pirate》에서 묻는 질문은 “언제나 동경했던 존재가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될까?”다.


  물론 이야기 속의 질문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질문을 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해적이 되었냐면》 속의 질문은 “누군가가 낯선 이국땅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할 수도 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어디일까?”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질문들은 모두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구체적인 표현 방식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이야기라면 반드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어떻게 표현되든지 간에 요지는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확한 주제 없이 산만한 이야기가 된다.
  앞에서 질문 ‘하나’라고 한 것에 주목하자. 그림책은 원고 분량이 적고, 어린이 독자의 집중 시간은 아주 짧아서 한 번에 질문 하나밖에 탐구하지 못한다. 그림책을 쓸 때는 작가 자신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알아야만 이야기를 빈틈없이 탄탄하게 짤 수 있다. 작가가 던진 질문은 기차를 종착역으로 이끄는 철로 역할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한 가지 질문을 가지고 나섰다가 새로운 질문을 탐구하느라 다른 길로 빠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정해두면 이야기를 쓰다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질문을 던지면 설교로 이어지거나 교훈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질문을 글로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작가’의 마음속에 분명하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충분하다.
  이야기 스스로 자라나게 보살피는 동안 그 질문이 이야기를 읽는 어른 독자,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해지리라 믿으면 된다.


  글을 쓰기 전에 어떤 질문을 던질지 미리 알아야 할까? 어떤 작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정하지 않으면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글쓰기를 하나의 모험으로 여긴다. 때로는 이야기 속의 질문이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빠르든 늦든 그 질문을 반드시 찾아야만 하고 어떤 질문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는 갈팡질팡할지 모른다



이야기 속의 답
  작가 스스로 이야기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때가 왔다.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동네를 산책하는 소녀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이야기에서 던진 질문은 “자연이 매일 우리 앞에 펼쳐놓는 신비한 광경에 관심을 기울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였다.
  그에 어울리는 답으로 이건 어떨까? “소녀는 자갈, 꽃, 달팽이가 지나간 자국에 흠뻑 빠져든 나머지 집을 나설 때는 할머니 댁에 제시간에 도착할 생각이었지만 멈춰서 자연의 작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살펴본 다른 그림책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가 던진 질문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본성과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강요를 받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였다. 내가 생각한 답은 “소싸움을 하도록 강요받은 페르디난드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꽃향기를 맡으며 본성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이다.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가 물은 질문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였다. 그에 대한 답은 “농부 브라운의 소들은 헛간 환경에 불만을 품었고 파업에 들어갔다. 암탉들도 파업에 동참했고 오리 떼의 도움을 받아 농부 브라운에게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적이 되었냐면》 속의 질문은 “언제나 동경했던 존재가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될까?”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소년은 꿈에 그리던 해적이 되었지만 바다에서의 삶이 상상만큼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이다.


  바로 이 답에 그림책을 짧게 요약한 내용이 들어간다는 점에 주목하자. 영화업계에서는 이를 홍보 문구라고도 한다.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다면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야기에서 던질 질문과 그 답을 정리하는 데 시간과 공을 들이자. 그러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이 눈에 띄게 쉬워진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매혹하는 이야기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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