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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Mar 26. 2019

매력적인 인물의 7가지 요소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누군가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귀 기울이던 어린 시절이 기억나는가? 가장 좋아하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이 있나? 뛰어난 등장인물은 어린 시절이 지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몇 세대에 걸쳐 여전히 출판되는 그림책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의 페르디난드, 《피터 래빗 이야기 The Tale of Peter Rabbit》, 《씩씩한 마들린느 Madeline》, 1994의 마들린느처럼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은 세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따뜻한 감성과 애정을 불러일으켜 살아남는다. 그림책 속 인물이 너무나 좋은 나머지 그 이름을 따 아이의 이름을 짓는 부모도 있을 정도다.
  나는 아직도 황소 페르디난드가 아름다운 꽃향기를 맡으며 소싸움을 거부하는 그림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학교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있는, 작고 애처로워 보이는 마들린느를 지금도 느낄 수 있다. 농부 맥그리거의 정원으로 숨어든 토끼 피터가 아직도 걱정된다. 이 오래된 인물들은 오늘날까지도 나와 함께한다.
  내 아이들은 《잘 자라 프란시스》에서 프란시스가 창문에서 텅, 텅 소리를 내며 날갯짓 하는 나비를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호기심 많은 조지가 메달을 땄어요 Curious George Gets a Medal》에서 조지가 노란 모자를 쓴 인간 친구가 돌아오기 전에 잉크 자국을 지우려고 얼마나 허둥거렸는지 여전히 기억한다. 또 지금도 《랠프가 나타났다!》에서 사라가 그네를 타고 있을 때 고양이 랠프가 그네를 매단 나뭇가지를 톱으로 자르는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누구나 각별히 아끼는 그림책이 있을 것이다. 그 책에서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을 다시 살펴보자. 이번에는 독자가 아닌 작가로서 인물을 분석하자. 어떤 점 때문에 인물이 어린이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지 고민하자.


  내 생각에 그림책 주인공에게는 다음과 같은 자질들이 중요하다.


끌리는 인물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꿈을 좇아가는 인물을 좋아한다. 황소 페르디난드가 소싸움을 거부하다니 멋있지 않은가? 페르디난드를 보면서 나 또한 남들이 반대해도 나의 신념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누군가는 《난 내 이름이 참 좋아! Chrysanthemum》에서 자신의 이름에 불만을 지닌 크리샌써멈을, 또 다른 누군가는 《세라, 고마워 Thank you, Sarah》에서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추수감사절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데 성공한 실존 인물 세라를 좋아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감동을 안겨준 그림책 속 인물을 떠올리자. 그런 인물을 창조해야 한다.


호감 가는 인물
  약자를 괴롭히는 인물에게 호감을 느끼기는 힘들다. 언제나 남들을 초라하게 만드는 인물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할 독자가 있을까? 우리가 《내 사랑 뿌뿌》 속 오웬을 응원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못마땅해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담요를 계속 들고 다닐 권리를 주장하기때문이다. 담요를 포기하게 만들라고 오웬의 부모를 부추기는 오지랖 넓은 이웃의 족집게 아줌마를 응원하는 독자가 과연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인물이라도 무조건 나쁘게만 그리지 않으면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쉬는 시간의 여왕 The Recess Queen》에서 작가 알렉시스 오닐은 심술쟁이 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진에게는 아무도 자신과 놀아주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진이 사람들에게 못되게 군 이유는 아무도 자신과 놀아주지 않았다는 서글픈 경험 때문이라는 점, 그리고 진이 못되게 굴어서 또다시 그 서글픈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점차 드러난다. 독자는 결국 진의 외로움에 공감한다.


아이 같은 아이, 어른, 동물
  《피터 래빗 이야기》의 토끼 피터는 마치 털가죽을 뒤집어쓴 아이 같다.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속 농부 브라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 한다는 점에서 아이 같다.
  물론 다른 모든 원칙이 그렇듯 이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해리엇, 너 때문에 못 살겠어! Harriet, You’ll Drive Me Wild!》가 그런 예외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맨 처음 등장하는 해리엇이 아니라 딸에게 점점 화가 나서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러버리는 해리엇의 엄마다. 하지만 어린이 독자는 보통 자신들처럼 어리거나 처지가 비슷한 인물의 이야 기를 더 좋아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물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우리가 만들어내는 인물에게도 결점은 있어야 한다. 우리도 피터처럼 부모님의 말을 어기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부모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셨던가? 우리도 크리샌써멈처럼 자신감이 부족하지 않았던가? 우리도 데이빗처럼 말썽을 부려서 “안 돼! 안 돼! 안 돼!”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자신의 결점에 대해 생각해보자. 자신을 짜증나게 만드는, 또는 자신이 공감하는 타인의 결점은 무엇인가? 나는 글쓰기에 열정적이다.
  이 열정은 매일 나를 컴퓨터 앞에 앉게 만든다. 덕분에 그림책 쓰기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글쓰기 기술을 갈고닦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런 열정을 나는 장점이라 여기지만 나의 남편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남편은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나의 그런 열정이 이기적으로 비쳤을 것이다.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거나 축구 연습을 돕거나 수영 대회에 가져갈 과자를 굽는 일에 그다지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때는 더 그랬을 것이다.
  나의 열정과 이기심처럼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잘 자라 프란시스》에 나오는 프란시스도 그렇다. 프란시스는 상상력이 풍부한 나머지 겁도 많다. 상상력이 뛰어나서 자신의 방에 거미, 호랑이, 괴물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어떤 식으로든 그림책의 주인공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그러니 완벽해선 안 된다.


인물다운 행동
  인물은 컴퓨터(또는 작가)가 조종하는 로봇이 아니다. 플롯이나 작가의 마음대로 움직여선 안 된다.
  부끄러움이 무척 많아서 무리에서 늘 구석에 서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인물을 만들었다고 치자.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그 부끄럼 많은 인물이 교실 앞으로 뛰쳐나가 매일 점심에 초콜릿 케이크를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이끈다면? 만약 그전에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모를까,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면 아주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시끌벅적한 에밀리 Loud Emily》에서 에밀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이 절대로 없다.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면 에밀리답지 않은 것이다. 에밀리는 좋은 목청을 타고났고 내내 큰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결말에서 그 큰 목소리를 보란 듯이 멋지게 이용한다.


능동적인 태도
  페르디난드는 소싸움을 거부할 때 그저 가만히 앉아 저항하지만 그 행동은 능동적인 것이다. 자신이 믿는 무언가를 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메리 베로니카의 알 Mary Veronica’s Egg》 속 메리는 내내 자신의 알이 부화하면 공룡이나 악어처럼 특별한 동물이 나올 거라고 주장한다. 학교에서 주최한 애완동물 뽐내기 대회에서 최우수 특별동물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메리는 자신의 애완 오리가 존재 자체로 자신에게는 가장 특별한 상이라는 것을 안다.
  《괴물아, 이제 잘 시간이야! Go to Bed, Monster!》 속 루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루시는 괴물을 여러 마리 그렸지만 모두 무섭지 않다. 루시는 괴물이 놀 수 있는 성을 그려주고,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기를 그려주고, 행진할 수 있는 퍼레이드도 그려준다. 괴물들은 아주 즐겁게 놀지만 루시는 그만 피곤해졌다. 그런데 괴물들이 자러 가길 거부한다. 루시는 그림을 몇 장 더 그려서 괴물들을 재우고 이윽고 자신도 자러 간다. 인물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스스로 문제 해결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가 “그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훈수를 두면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 딱히 조언을 구하지 않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더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 아이들은 종일 교사, 보육사, 아빠와 엄마, 형과 누나, 할머니와 할아버지, 친척, 이웃 등 온갖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를 듣는다.
  훌륭한 부모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과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놔둔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어려운 과제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는다. 그림책 속 주인공이 자신의 문제를 (아이들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 독자에게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 《괴물아, 이제 잘 시간이야!》에서 루시는 계속 그림을 그린다. 엄마가 등장해서 “괴물에게 침대를 그려주면 어떨까?” 아니면 “책을 읽어주면 어때?”라고 말하지 않는다. 루시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낸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그림책 속 인물들은 이러한 자질들을 갖추어야 한다.


  1 독자의 마음을 끌어야 한다.


  2 호감 가는 인물이어야 한다.


  3 아이 같은 아이, 또는 어른, 또는 동물이어야 한다.


  4 완벽하면 안 된다.


  5 그 인물답게 행동해야 한다.


  6 능동적이어야 한다. 수동적이면 안 된다.


  7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쉬워 보인다고? 만약 말처럼 쉽다면 편집자들이 당장 계약하자고 달려들 이야기를 누구나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간되는 그림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하는 일에는 시간, 아이디어, 노력이 든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매혹하는 이야기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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