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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된 파도

by 한미숙 hanaya


늦은 주말 아침 우연히 보게 된, 지구 마블.

3명의 여행 유투버와 연예인이 짝을 이뤄 주사위를 던져 정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팀별로 주제에 맞게 진행되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의 여행은 즐거움보다는 무언가 가슴에 뭉클함이 밀려오는 여행이었다.

곽튜브와 쭈니가 떠난 여행, 포르투칼의 나자레이다.

나자레는 서퍼들의 성지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를 만날 수 있기에 모든 서퍼들은 그곳에서 서핑하는 곳이 꿈이라고 한다.

쭈니 역시 써핑을 좋아하기에 처음부터 나자레를 가고 싶다고 했다.

나자레에 도착한 쭈니는 서핑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쭈니는 바다를 보는 순간, 흥분해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 보고 있는 나에게도 느껴졌다.

곽튜브는 여행 가서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때 쭈니는 넓은 바다를 보면서 곽튜브에게 말한다.


“나에게 바다와 파도는 유일한 친구였어. 인종차별로 아무도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을 때 파도는 나를 감싸고 안아 주었던 친구야. 그래서 나는 바다를 보면 눈물이 나.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쭈니는 곽튜브에게 안겨 한참을 울었다.

곽튜브는 한동안 쭈니를 토닥이며 가만히 있었고, 모든 패널들도 눈물을 머금었다.

TV를 보고 있던 나도 쭈니의 그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며 왠지 눈물이 흘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힘든 순간을 지켜낼 수 있는 친구나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쭈니에게는 그게 파도였다.

쭈니는 자신은 죽음을 알게 되면 파도에 나가 서핑을 하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쭈니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지켜 주었던 바다와 파도, 과연 나를 버티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 글쓰기, 그림 그리기, 여행.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물론 가족은 기본으로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다.

하지만 쭈니처럼 온몸과 마음이 반응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없다.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쭈니처럼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

단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있다.

그림이다.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던 그림,

집안에 보관 장소가 부족해서 쌓여가는 것들이 짐스러워 멈췄던 그림은 꼭 다시 해보고 싶다.

즐거워서, 좋아서라기보다 왠지 다시 해 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저 깊은 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다.

다시 해보고 싶다는 것은 좋아하기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잘해서라기보다 꼭 풀어내고 싶은 무언가가 저 아래 한구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친구가된파도 #그림 #일상에세이 #나를가슴떨리게하는것은 #언젠가꼭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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