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무슨 날인지 나는 몰랐다.
가끔 아빠의 손에는 간식이 가득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
우리는 모두 신나게 간식 봉투에 매달렷다.
그 순간 아빠는 엄마에게 노란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다.
엄마는 “고생하셨어요. 감사해요.”라고 말하며 봉투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받은 봉투를 캐비닛에 넣었다.
지금처럼 현금 인출기가 없었기에, 날이 밝아야만 은행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빠는 엄마에게 노란 봉투를 건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더이상 캐비닛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노랗고 두꺼운 봉투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단지 통장에 찍힌 숫자로만 확인했다.
그 숫자는 한 달 동안 내가 열심히 일한 수고로 받았던 돈이다.
그 숫자는 어느 순간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다시 ‘0’이 되는 순간이 온다.
흔한 말로 ‘통장이 텅장’이 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아마 현대를 살면서 월급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 아빠 세대처럼 손가락 끝의 두께를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두께를 느껴보지 못한 세대들이기에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돈의 소중함을 덜 느끼는 걸까?
나도 그렇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우리 부모 세대보다 돈을 덜 아끼는 것 같다.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삶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그 노란 봉투가 주던 확실한 만족감을 느껴보지 못해서일까?
이제 나는 월급날도 없다.
육아로 멈추었던 경단녀에서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나의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날에 통장에 찍히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가끔 나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소중한 나의 삶의 한 부분, 내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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