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모래를 밟으며

by 한미숙 hanaya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는 언제나 넓은 마음으로 나를 안아준다.

잔잔한 바다는 삶의 고요함이 주는 의미를 알게 해준다.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는 폭풍우 속에서 적당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살아내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바다는 반짝이고 있는 우리의 순간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깜깜한 밤바다의 고요함은 가끔은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고 속삭인다.


그런데 좋아하는 바다를 만나러 가려면 복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바다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모래다.

어릴 때부터 모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모래의 깔깔함이 불쾌했다.

신나게 놀고 나서 아무리 털어도 잘 털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것이 싫었다.

분명히 깨끗이 씻어냈지만, 옷자락 어디에서 비집고 나오는 모래를 나는 좋아할 수 없었다.

마치 숨어있다가 나를 놀리기 위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바다를 가도 멀리서 보았다.

모래사장을 최대한 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멀리에서는 바다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나에게 바다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못 들은 척하려는 나를 유혹하는 바다에 굴복하고 결국 나는 다시 모래에 발을 내딛는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느끼기 위해서는 싫은 것을 이겨내야 한다.

아니 버텨내야 한다.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처럼 어려움과 고통을 지나야만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래는 싫다.

하지만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모래를 밟으며 바다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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