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12월쯤 자주 만나는 풍경이 있었다.
길가에 깔린 보도블록을 모두 들어내고 다시 작업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반듯하게 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보행로를 걷다가 보도블록이 걷힌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 불편했다.
게다가 한구석에는 뜯어낸 보도블록과 새로 놓을 것들이 쌓여 있었다.
쌓여 있는 보도블록들은 아무리 모양이 예쁘고 반듯해도 보행자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고 불편함만 늘려주는 존재이다.
보도블록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보도블록처럼 쌓인 책들이 있다.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읽으려고 구매해서 쌓아 놓은 책.
책상 위에 작은 탑들처럼 놓여 있다.
책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읽히고 끝나는 책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휴지처럼 되는 것이 슬프지 않을까?
요즘 나의 독서 습관이 꼭 휴지를 쓰고 버리는 느낌이다.
쌓여 있는 보도블록처럼 책상을 어지럽히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가끔 SNS에서 1일 1권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렇게 읽어내지 못하는 나를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어 치우겠다는 욕심에 가득 차 있었다.
읽어도 무엇을 읽었는지,
돌아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책상에 쌓아둔 책들이 길모퉁이의 보도블록과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도블록도 제자리를 찾아 연결되어야만 자신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책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책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각자의 보석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책들로 나만의 평평하고 안전한 보도블록 길을 만들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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