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다

by 한미숙 hanaya



‘또박 또박 또각 또각’


수업 중인 조용한 복도에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진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에게 그 소리는 너무도 예민하게 귀를 자극하는 소리로 들렸다.

복도 귀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구두 소리의 주인공을 알았다.

“선생님, 구두 소리가 너무 커요. 아이들 수업 방해될 것 같아요. 뒤꿈치 좀 드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래요.”


구두 소리는 잦아들었고, 다시 복도에는 적막과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어린 시절에는 구두 소리가 들리는 하이힐을 빨리 신고 싶었다.

걸을 때마다 들리는 구두 소리는 마치 나에게는 음악 소리처럼 들렸다.

멋지게 투피스를 차려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언니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구두를 신지 않는다.

복도를 지날 때, 혹은 강의하면서 교실에서 울려 퍼지는 내 구두 소리는 수업의 방해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구두를 안 신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임신하면서 부터였다.

높은 신발은 위험하기에 항상 낮은 운동화를 즐겨 신었다.

아이 출산 후에는 아이를 안거나 업고 다녀야 하기에 더더욱 구두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신발장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던 구두들은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렸지만,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가끔 결혼식이나 돌잔치 방문을 위해 낮은 구두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일 년에 한두 번 신던 그 구두들도 신발장에서 이리저리 위치만 옮겨지다가 먼저 구두와 같은 생을 맞았다.


이제 신발장에는 발이 편한 운동화만 있다.

많지도 않다.

족저근막염이 있는 나는 신발을 무척이나 신중하게 고른다.

한번 고른 신발이 나의 발에 편하면 그 신발은 낡아 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신는다.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신발도 있다.

구두는 한때 나의 로망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절대로 신지 않는 신발이 되었다.

어쩌면 구두와 함께 나의 젊음도 가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나에게 맞는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니까.




#구두 #운동화 #나이듦 #강사에세이 #엄마의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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