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과 플러스 펜

by 한미숙 hanaya



나는 때때로 뚱뚱하고 때때로 날씬하다.

가끔 육각형 모양의 단단한 몸을 가진 나도 있고, 당근 호박, 꽃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끝에 인형 장식을 달고 긴 꼬리를 휘날리며 태어난다.

키가 큰 나, 키 작은 나, 한 몸에 여러 빛깔을 품은 나를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나의 끝은 언제나 둥글다.


가늘든 굵든, 둥근 끝으로 나는 종이 위를 미끄러진다.

술술, 막힘없이, 사람들은 그 부드러움을 좋아한다.

언제든 선을 그을 수 있는 편안함,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매끄러움 덕에 많은 이들이 나를 찾는다.

급한 메모를, 긴 편지를, 중요한 서명을 남길 때 나를 부른다.

나는 그들의 손에서 쉬지 않고 달린다.


하지만 나의 친구는 나와 다르다.

그는 나처럼 화려하게 변신하지 못한다.

언제나 날씬하고, 길쭉하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굴곡 없는 직선 형태로 세상과 만난다.

어떤 손에는 편안한 친구가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낯설고 어색한 이방인이 된다.

손의 크기와 쥐는 방식에 따라, 그는 매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의 끝부분은 살짝 뾰족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상대를 살피느라 날카롭게 서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점점 편안해지고 무뎌진다.

그의 변신은 쉽지 않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옷의 색을 바꾸는 것뿐이다.

예전보다 옷의 색이 다양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날씬하고 곧고, 여전히 뾰족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나에게 없는 것이 있다.

소리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종이와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작은 마찰의 노래이다.

내가 매끄럽게 술술 굴러갈 때, 그는 펜을 든 사람에게 속삭이듯 조용히 자국을 새기면서 이야기한다.

우리 천천히 친해져 보자고.


하나는 부드럽게 흐르고, 하나는 또박또박 새긴다.

하나는 매끈하고, 하나는 서툴다.

그러나 둘 다 하얀 종이 위에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그린다.

둥근 것의 편안함과 뾰족한 것의 깊이, 우리는 서로 방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쓴다.




#볼펜과플러스펜 #사물에세이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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