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by 한미숙 hanaya


“이모, 집에 사전 있어?”
“무슨 사전?”

“영한사전.”
“사전이 필요해? 지금 이모 밖인데 집에 가면 확인해볼게.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이모, 엄마가 영한사전이 아니라 한영사전일 것 같대.”

“알았어. 예전에 있었는데 찾아볼게.”

오랜만에 사전을 찾는 조카가 낯설었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영한사전, 한영사전, 국어사전, 옥편, 백과사전까지 학생이 있는 집에는 거의 있었다.

특히 백과사전은 시리즈로 꽤 많은 권수가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담겨 있었다.


예전에는 공부나 과제를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 덕분인지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른들이 영한사전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에서는 졸업 선물로 옥편인 한자 사전을 받았던 것 같다.

서점에도 사전코너가 따로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사전은 보기 힘든 물건이 되었다. 서점에도 사전이 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가 어릴 때 그림 백과사전을 사주었다.

아이가 질문할 때 내가 모르는 부분은 직접 사전을 찾아보게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국어사전을 사용해 과제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아이에게도 필수품이 되었다.

그때부터 아이들 손에는 사전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모르면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하면 정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책장을 정리하면서 고민했다. 집에 있는 사전을 버려야 할지를.

그러나 혹시 모르는 생각에 사전을 책장 아랫부분에 깊숙이 넣어두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전들 옆면은 적당히 손때가 묻어 있었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자줏빛 색을 띤 겉표지는 낡았지만, 정감이 느껴졌다.

사전 속의 얇은 종이의 촉감은 가볍고 부드러웠다.


조카에게 사전을 건네주면서 문득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는 과제를 위해 잠시 사전을 펼치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이 사전의 마지막 역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조카가 결혼해 아이들이 태어날 때쯤이면 사전이라는 물건 자체를 알지도 못할 것이다. 사

전은 이제 검색의 도구가 아닌, 한 시대의 흔적이 되었다.




#사전 #시간의흔적 #일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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