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눈빛을 위하여

by 한미숙 hanaya

강의 준비를 하면서 주말을 보냈다.

매번 하던 강의였지만, 이번에는 준비하면서 속도가 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한동안 열정을 가지고 만들었던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같이 만들었던 강의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나 자신을 브랜딩하는 강의이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강사들과 수정해서 만들었다는 강의안에는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부분은 모두 빠졌다.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강의의 원래 목적이 사라졌다.

단지 디자인이 중점이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강의해야 하는지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재미없으니 수업 준비나 강의도 신이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서 했던 내용을 그냥 줄줄이 적당히 외우고 오는 것이다.

열정과 사랑이 식으니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강의를 시작한 이유는 단 한 명이라도 나를 만나 자신에게 숨어 있는 씨앗을 찾아주고 싶어서였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그 모든 재능은 사라진다.

오로지 성적으로 재능이 결정된다.

공부도 미술, 음악과 같은 재능의 하나라는 것을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걸 알려주고 싶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피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강의는 유난히 하기 싫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자꾸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잡지만 쉽지 않다.

수정해야 하는 강의안을 수정을 제한하는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는 이곳의 강의는 나가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한다.

강사는 항상 공부하면서 최상의 상태로 준비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새로운 정보를 업그레이드해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마음에 들지 않는 강의지만, 나를 만나는 아이들만큼은 실망시킬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어도 강의실에서 만나는 아이만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을 위해, 고민 끝에 나는 다시 강의안을 펼친다.




#강사에세이 #강의준비 #씨앗을뿌리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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