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러 새벽에 거실로 나왔다.
우리 강아지 꼬미가 무엇에 심통이 났는지 패드를 한쪽으로 휙 던져 버렸다.
방으로 돌아오는 순간 잠시 ‘치울까? 말까?’ 망설이며 고민했다.
‘그래, 결심했어. 그냥 모른 척하고 들어가서 다시 잘 거야.’라는 결정을 내리고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와서 다시 잠들었다.
신랑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평일에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다.
평일의 늦잠은 주말 늦잠보다 더 행복하다.
추운 겨울에 새벽부터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달콤한 내 잠을 깨우기 싫어서 모른 척하고 다시 따뜻한 침대 위로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한 발짝 먼저 일어난 신랑이 패드를 정리해서 치웠다.
“꼬미가 패드를 던져 놨어. 어제도 내가 들어왔더니 패드를 찢어 놓았더니 오늘 아침에도 그랬네.”
“왜 그랬지? 아침에 늦잠 잔다고 화가 난 건가?”
“글쎄. 모르지.”
신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을 했다.
신랑은 나의 새벽 움직임을 몰랐다.
꼬미는 가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패드를 찢어 놓는다.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경우가 많지만, 귀찮은 나는 가끔 모른 척을 할 때가 있다.
신랑이 패드 치운 일을 이야기할 때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는 것처럼 엄청난 리액션으로 대꾸한다.
어떤 때는 신랑이 얄미워 일부러 모른 척할 때도 있다.
부부지만 가끔은 나의 적이기도 한 신랑이다.
이제는 미워할 일도 없지만, 가끔 이렇게 몰래 부리는 나의 심술에 나는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나의 모른 척은 계속될 수도 있다.
가끔은 얄미워서 가끔은 귀찮아서.
내 편이기도 하지만 남의 편이기도 한 신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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