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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을 드러낼 용기

by 한미숙 hanaya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쿠션으로 얼굴을 두드린다. 얼룩덜룩한 얼굴을 감추고 싶어서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화장의 두께가 두꺼워진다. 감추려고 여러 번 덧칠하지만, 칠할수록 더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감추고 싶은 것이 세월이 주는 기미와 주름일까?

아니면 점점 더 욕심이 늘어나는 나의 추한 마음인가?

거울 앞에 서면 늘 같은 의문이 찾아온다. 두드리는 쿠션 속에 나는 무엇을 담고 싶은 걸까?


어렸을 때는 화장이 단순히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것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가리는' 도구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기미와 깊어지는 주름을 감추는 의식이 되어버렸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는 그 시간은 당연함이 되었다. 그 화장은 진짜 나의 모습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작업이다. 어쩌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충분히 좋지 않은 나'를 마주하는 것 일수도 있다.


가끔은 모든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보여주기 위한 나'가 아닌 '진짜 나'로 존재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 날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세상의 시선이 두렵지만, 동시에 그 두려움을 직면하는 순간의 당당함이 있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보다, 내가 느끼는 나의 존재감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다.


쿠션을 두드리다 문득 멈춰 서서 생각한다. 이 작은 원형 케이스 안에 내 자신감도, 두려움도 함께 담겨 있는 건 아닐까. 덧발라야 할 것은 파운데이션이 아닌, 스스로를 향한 긍정의 말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쿠션을 두드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쩌면 이 작은 의식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의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세월의 흔적이 남아도 괜찮다고, 그 모든 것이 나의 일부라고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화장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감추고, 때로는 드러내고, 때로는 강조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속에서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간다. 그 언어를 통해 나는 세상에게 말한다. '이것이 오늘의 나예요'라고.


나는 오늘도 이 복잡한 감정들을 안고 화장대 앞에 앉는다. 두려움과 기대, 불안과 자신감, 가식과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립스틱을 바른다. 붉은 입술로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마침표를 찍는다. 오늘도 나는 이 얼굴로 세상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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