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어 피어있는 하얀 벚꽃을 '후시딘'에 비유한 이기주 작가의 글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매년 봄이면 피어나는 벚꽃을 보면서 위로와 행복을 느꼈지만,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사람들이 벚꽃에 열광하는 건, 차가운 겨울바람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하얀 꽃잎으로 어루만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을 싫어하는 나는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3월의 햇살을 보며 작은 희망의 숨결을 느낀다. 이제 곧 온몸을 웅크리게 하던 추위와 이별하겠지. 차가운 겨울바람에 움츠러 들었던 몸과 마음이 봄 햇살 아래 서서히 녹아내린다. 날씨가 쌀쌀하더라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3월 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봄이 올 거란 기대마저 얼어붙는 듯하다.
벚꽃이 아닌 3월 달력이 내게는 후시딘과 같은 치유의 연고다. 후시딘을 바르면 새살이 돋아오르는 것처럼 3월의 햇빛은 나에게 새 기운을 불어넣는다. 겨울의 끝자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온도라 해도, '3월'이라는 글자만으로 내 마음은 봄볕처럼 따뜻해진다. 그동안 꽁꽁 싸매고 감추었던 나를 토닥여주는 3월의 달력은 새로운 해를 여는 듯하다. 달력은 1월을 새해라 하지만, 내 마음의 달력은 언제나 3월이 첫 페이지다.
아이가 어릴 때는 개학이 시작되는 3월이 설렘 가득한 새 시작이었다. 겨울방학 내내 이어진 일상의 고단함이 절정에 달하는 2월, 달력은 어김없이 3월을 향해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봄은 온다.
#드로잉저널 #블렛저널 #퍼스널저널 #겨울을싫어하는사람이야기 #세월이빠름 #벌써3월 #사물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