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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안 들어야 제맛

by 한미숙 hanaya


“제발 코로나 검사 좀 해보라니까.”

“난 한창 유행일 때도 안 걸린 사람이야. 코로나 아니라니까.”

일주일 내내 신랑에게 했던 잔소리이다.

열이 나다 내리고, 목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고 울렁거려 토할 것 같은 증상, 게다가 배까지 아프고 설사까지 하면서도 버티었다.

나는 확신했다.

이 증상들은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와 똑같았다.

원래 체력이 약한 편인 신랑이다.

감기라고 하기에는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고 증상만 늘어가니 나의 걱종도 같이 늘었다.

그런데도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는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어젯밤, 나의 잔소리 폭풍에 굴복한 남편이 검사했다.

결과는? 두둥. 코로나였다.


“봐. 두 줄 나왔잖아. 진짜 말 안 들어. 진작 검사했으면 배 아프다고 따로 내과 안 가도 되고 약도 달라졌을 거 아니야.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서 약 다시 받아.”


나의 2탄 잔소리는 시작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컸다.

감기인데 왜 약을 먹어도 변화가 없지?

가래는 많다고 하는데 혹시 폐에 문제가 있나?

배는 또 왜 아프지?

이제는 완치라고 하지만 대장암 수술도 했던 사람인데 다른 문제가 있나?


온갖 걱정과 불안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이 모든 게 코로나로 인한 증상이니 잘 먹고, 약 잘 챙겨 먹고, 잘 쉬면 되는 것이다.


후배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말은 안 들어야 제맛이죠.”

어찌 보면 후배의 말이 맞는다는 생각에 한참을 웃었다.

아이라면 억지로라도 끌고 갈 수 있지만, 신랑은 어른이니까 그럴 수도 없다.


여보세요, 신랑님.

당신에게 해로운 말 절대 안 합니다.

제발, 부탁하니까, 와이프 말 좀 들어 주세요.

언제까지 고집만 피울 건가요?

이제는... 정말로 잘 보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래도 결국 검사는 했으니, 반은 이긴 셈이다. 나머지 반은... 다음 기회를 노려보자.



#부부일상 #코로나확진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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