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스레터 #16
아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직장인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가’라는 고민일 거예요. (‘슬스팀 얘기 아냐?’라고 생각하셨다면 맞아요. )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했을지라도 이를 지속하는 동기는 열정만으로 부족하죠. 순식간에 타오른 불은 쉬이 재가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이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줄 클라이머들을 만났어요. ‘코리에이터’라는 사이드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홍태하, 남재윤 님인데요! 두 분은 (전) 대학 동기이자 (현) 룸메이트로서 함께 클라이밍을 하며 코리에이터팀에서 ‘클루’ 앱을 개발하고 있어요.
재윤 님, 태하 님!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코리에이터팀의 홍태하, 남재윤입니다. 코리에이터는 재미있는 일을 코드(Code)로 만드는 사람들(Creators)이 모인 사이드 프로젝트 팀이에요. 현재는 ‘클루’라는 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오, 클루는 어떤 앱인가요?
홍태하(이하 홍) : 클루는 오직 클라이머를 위한 카메라 앱이에요. 암장에 가면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 많이 하시잖아요? 영상을 찍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기록하려는 목적을 빼놓을 수 없죠! 클루는 인스타 맞춤 화면 비율, 1분 맞춤 자동 배속 등 클라이머가 인스타 업로드 시 자주 사용하는 카메라 기능을 모두 담았어요.
남재윤(이하 남) : 앱을 사용하면서 바로바로 실패한 영상과 성공한 영상을 분류할 수도 있고요. [운동 기록하기] 기능을 통해서 그날의 클라이밍을 돌아볼 수도 있어요. 클루 앱을 사용하시면 더 쉽고 편하게 촬영하고, 기록하는 일이 가능해요. 아마 클루를 안 써본 분들은 ‘일반 카메라도 안 불편한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하지만 한 번이라도 써보신 분들은 그다음부터 불편함을 느끼시고 클루에 정착하게 되실 거예요. (웃음)
앱 소개만 들어도 두 분의 경험이 녹아 있는 듯해요.
홍 : 맞아요. 저는 암장에서 열심히 찍고 난 후에 인스타에 올리려고 확인하면 영상이 너무 많아서 분류하기 귀찮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점점 기록도 안 하게 되고요. 촬영부터 기록까지 한 앱에서 가능하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록을 보면서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으니까요.
개발은 두 분이 하시는 건가요?
남 : 아니에요. 태하가 팀장이고, 다른 팀원들은 백엔드/AI 개발자, 디자이너로 이뤄져 있어요. 기본적인 역할은 나뉘어 있지만 팀원 대부분이 풀스택 개발자예요.
홍 : 사실은 재윤이 빼고 전부 제가 다니는 회사 동료들이에요. 회사에서 종종 클라이밍을 같이 해서 프로젝트팀원들을 모으기가 편했죠.
팀원 대부분이 개발자여서 어려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홍 : 와, 정말 딱 맞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저희가 올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예비 창업 패키지에 지원했는데요.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지원서를 썼는데 회사 기획자분이 힐끗 보시더니 웃으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좀 심각한 수준으로 못 쓰긴 했어요. 마케터나 기획자가 없어서 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었어요.
남 : 개발 외적인 것들은 조금씩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웃음) 원래 디자이너가 없었을 때는 인스타에 올릴 홍보 이미지도 제가 디자인했는데요. 이제 디자이너분이 만지니까 퀄리티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디자이너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정말 든든해요.
개발자인 만큼 다른 앱도 관심 있게 찾아보실 것 같은데요.
요즘 클라이밍 관련 앱도 정말 많더라고요.
남 : 제가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했던 2021년 무렵에는 관련 앱이 거의 없었는데, 클라이밍 인구가 많아져서 그런지 앱도 다양해졌어요. 그래서 더욱 클루만의 무언가 다른 포인트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앗?! 바로 그 차별점이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홍 : 사람들이 앱을 자주 이용하게 하려면 쓸모가 있거나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요. 다른 앱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소셜 기능이 메인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소셜은 없으면 안 되는 필수 기능이 아니에요. 게다가 유저들이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려면 최소 만 명의 유저가 있어야 하죠. 단 시간에 만 명을 모으기는 어렵기 때문에 클루는 혼자 쓰더라도 쓸모 있는 앱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남 : 그런 이유에서 저희는 아주 작은 집단을 타깃으로 했어요. 다수를 만족시키려고 했다면 아마 소셜 기능부터 넣었겠죠. 하지만 작은 집단이 먼저 만족하면 자연스럽게 바이럴 되어 퍼져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반대로 작은 집단도 만족하지 못하는 앱이 다수를 휘어잡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에 클루의 초기 목표는 ‘소수가 미친 듯이 좋아하는 앱을 만들자. 그리고 거기서부터 계속 한 겹 한 겹 쌓아나가자!’였어요.
스스로 평가하기에 목표를 달성하셨나요?
남 : 이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심지어 저희보다 더 많이 클루를 사용하는 유저분이 있어요. 그분이 영상을 찍다가 종종 버그를 발견하면 DM으로 제보해 주세요. 빨리 고쳐 달라고. (웃음) 그럴 때 정말 뿌듯하죠. 사이드 프로젝트여서 제가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부분까지 유저분들이 애정을 가지고 살펴 주시니까요.
그런데 클루에서는 영영 소셜 기능을 만날 수 없나요? 조금 아쉬운데요.
남 : 그건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웃음) 유저를 모아서 소셜까지 나아가는 게 클루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홍 : 소셜 기능을 갖추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저가 많아야 하고, 유저를 많이 모으려면 클루도 더 다양한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많죠.
어떤 기능을 더 추가할 예정인지 계획이 궁금해요!
홍 : 구상해 둔 것 중에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볼더링 문제들을 라벨링 하는 거예요. 각자 원하는 문제가 어느 암장에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도록요. 또 라벨링을 해두면 개인의 운동 기록도 더 편해지겠죠. 어떤 난이도를 풀었는지 자동으로 입력될 테니까요.
남 : 이 기능을 만들려면 우선 지도 기반으로 암장 정보를 정리해야 해요. 그래서 아마도 다음 업데이트 때는 암장 지도 기능을 먼저 넣을 것 같아요. 그 후에 순차적으로 문제 라벨링 기능을 개발하고요.
그런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남 : 저희는 처음부터 암장에서 잠재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인스타에서 티셔츠 증정 이벤트를 열어서 직접 만날 기회를 만들기도 하고요. 인터뷰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클라이밍 카메라에 대한 불편 사항을 모두 수집했어요.
본업하기도 빠듯한데 고객 인터뷰까지 직접 하시면 정말 바쁘시겠어요.
남 : 아무래도 본업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도가 안 나간다는 어려움이 있죠.
홍 : 그래도 회의를 2주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하려고 해요. 월 1회 정도는 회식도 하고요. 당장 어떤 기능을 빠르게 개발해서 업데이트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모여서 즐겁게 일하고 또 놀기도 하죠. 무언가를 빨리하려고만 하면 강제성이 생기면서 결국 동기부여가 안 되거든요. 다들 재밌는 거 하려고 모였잖아요? 그러면 일단 즐거워야죠.
느슨한 조직이 마음은 편하지만, 동시에 프로젝트가 더뎌서 불안하지 않나요?
남 :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 구심점이 되면 나머지는 같이 따라오거든요. 팀원들의 텐션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금 모이게 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홍 :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인데, 신규 팀원을 영입하면 기존 팀원들의 텐션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돼요. 새로운 구심점을 계속 만들어 주는 거죠. 모닥불을 피울 때 장작이 다 타면 새 장작을 넣어줘야 하잖아요? 사람마다 가진 에너지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계속 태우려고만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 번아웃이 올 것 같아요.
앞으로는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예정인가요?
홍 :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거운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어 갈 거예요.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좋아하는 앱을 개발하는 거죠. 사이드 프로젝트가 꼭 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나의 놀이로 볼 수도 있죠. 제가 즐거운 만큼 우리 팀원들도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자 슬스레터의 공식 질문인데요.
두 분에게 클라이밍이란 무엇인가요?
홍 : (오랜 침묵 후) ‘클라이밍은 성장이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문제마다 그레이드가 있어서 풀기 위한 승부욕도 생기고,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몸도 성장하고 마음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남 : 저는 클라이밍이 스타트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에 다녀본 분들은 알겠지만 한 주 한 주가 항상 챌린지거든요. 주마다 생기는 챌린지를 해결해 나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게 되죠. 안 풀리면 화나기도 하지만 마침내 해결하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정말 클라이밍과 비슷하지 않나요? 모든 문제가 도전의 연속이고, 안 풀리면 짜증 나지만 풀고 나면 그만큼 시원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개발자분들이 클라이밍을 좋아하나 봐요.
홍 : 오,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클라이밍을 거듭할수록 어떤 손을 먼저 가느냐 하는 사소한 부분까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코딩도 마찬가지거든요.
남 : 그런 의미에서 혹시 개발자인데 클라이밍 앱을 직접 만들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코리에이터팀은 항상 열려 있어요! 아, 마케터와 기획자분들도 관심 있다면 대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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