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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슬 May 31. 2024

거짓스무고개를 하다.

거짓말로 포장한 게 그대의 모습이 사랑이라면 버려주세요.

문득, 오늘 20살 때의 나의 과거가 생각났다. 애매한 관계의 처음 있었던 일.


새내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20살 때 처음으로 '축제'라는 로망 중의 로망이 펼쳐지는데 대운동장이라고 불리는 곳을 밤에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길도 모르겠고, 밤이라 길은 어둡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가겠다는 일념하나로 내비게이션어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간거리감각능력 없음과 길치의 환장적인 콜라보.

그래도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특히 청력.


어렸을 때부터 나는 별명은 '소머즈'였다. 그냥 조그만 소리도 잘 듣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래도 내 청력을 믿고 대운동장을 찾아갔다. 매우 놀랍게도.


가는 길을 보고 계단을 보고 머리를 짚고선, 다른 넓은 공간(뒷문 같은 공간)을 찾았더니 연예인들이 타는 차들이 들어가는 공간이라고 스태프들이 나를 제지했다가 내 모습을 보고선 나를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줬다. 

차만 다니는 공간이라 연예인을 보진 못했다. 

장애인석이 있어서 들어가서 다른 여러 전공들의 공연을 보기도 하고, 교수님들과 조교님들의 노래나 춤을 보기도 하였다. 

나는 조교님하고 친하기에 친한 사이면 귀여운 장난으로 놀릴 수 있는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조교님'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00 언니'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나도 깍듯하게 조교님이라고 불렀지만, 먼저 '언니'라는 호칭을 써달라고 했기에 처음은 어색했지만, 이제 입에 붙었기에 꽤 귀엽게 조교언니를 보았다.


다른 학과 중에는 특히, 시각디자인과의 직접 만든 옷을 피팅을 하고 런웨이를 하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도 있고 멋있는 퍼포먼스라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보여준 퍼포먼스 중 3D로 하는 직접적 체험하는 느낌이라 게임 <심즈> 같았던 것들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


그 특유의 표정과 디테일함.



드디어 연예인이 왔었는데, 발라드가수가 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대를 품고 가수를 보며 노래를 들은 순간  '와.. CD를 삼켰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몸소 체험을 하게 되었다. 여러 명곡들을 듣고 귀호강과 연예인은 역시 연예인이구나 싶었던 구간이 조그만 키지만 정말 내 스타일인 옷을 입고 화려한 메이크업 관리가 된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화려한 조명에 신나는 음악에 축제를 즐겼다. 축제 1일 차이긴 하지만 마무리가 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그만 기숙사로 들어갈까 싶었다.


잠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이.


톡톡..


뒤에서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고, 초면인 얼굴이 나를 보며 그의 긴장한 모습. 


'뭐지.. 누구지'


그는 나에게 본인의 스마트폰을 건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와 긴장한 모습을 보며 사태파악을 하면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나는 그를 보며 아무리 생각을 해도 누군지를 모르겠어서 그에게 당신이 누구냐라는 말을 했고, 정확한 것은 우리 학과 사람은 아니라는 것.


"저.. 기.."

덜덜 떨며 본인의 핸드폰을 꼭 붙잡고, 내가 그를 쳐다보니 그는 동공이 더욱더 흔들리고 목소리 또한 떨리고, 딱 봐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대답하는 나를 보며 그는 내게 핸드폰을 주며 뭐라고 웅얼거렸다. 정확히는 웅얼거림 50% 시끄러움 50%이었다. 축제였기에 대충은 뭐라고 한 줄은 알겠지만 멍하였다.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나는 경계심과 멍함이 공존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무슨 감정일지도 모르정도로. 내 얼타는 표정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한 번 더 이야기를 했다.


" 저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번호 좀.."

핸드폰을 두 손으로 들고 내 앞으로 내밀었다. 꽤 멀끔한 모습이기에.

순간으로 지금 내 모습인 보이긴 하는지 딱 보아도 장애인인 게 티가 안 나나? 아니면 무슨 장난스러운 게임 같은 걸 했나? 나한테?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그때는  <장애인티>라는 비뚤어진 관념에 빠져 내게 있을 리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나 자신의 대한 걱정은 생각해 보면 빨리 없어졌다. 왜냐하면 그날 의외로 나는 풀메이크업에 착장도 꽤 괜찮았으므로 그 생각은 날아갔고, 얼떨떨하게 내 전화번호를 누르면서도 생각했다.


'내가 마음에 들어서 번호를 받고 싶다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


나중에 생각하자는 생각과 어릴 때, 예쁠 때를 즐겨보자라는 약간은 쾌락주의적인 생각을 하며 그에게 내 전화번호를 주었고, 서로에게 통성명과 번호교환을 하였다. 꽤 늦은 시간이라 그는 나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나는 계속 괜찮다 했지만 결국엔 그와 함께 기숙사까지 배웅 아닌 배웅을 받으며 그는 기숙사로 가는 길에 그의 나이와 전공을 물었다. 


"저는 사회복지과이고, 20살이에요"


"저는 나이가 좀 많아요 아 전공은 일어국문학과예요"


" 뭐.. 괜찮아요 나이 알려주세요"

괜찮다고 했지만 군대정도 갔다 온 나이겠구나 싶었다. 

"저 24살이요"


그는 생각보다 얼굴에 표정변화와 목소리의 떨림을 쉽게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내 날카로운 관찰력일 수도 있지만 한번 떠보기로 했다. 숨기는 게 보이기에.

나이를 한 번 더 물었다.


"아.. 아.. 제가 나이를 잊어버려서요"


"저 23살이요"

역시 숨기는 건 그의 나이였다.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클렌징을 하며 친구와 통화를 하며 그의 연락은 안 보고 통화를 하며, 친구는 꽤 신나 보이는 목소리였다. 


" 꽤 멀끔하게 생긴 사람이 나한테 번호를 물어봤는데 무슨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up and down이야 무슨 상황이야?"


"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면 나이가 엄청 많아 보인다고들 하더라 하긴 우리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20살만 되었어도'군인 아저씨라고 하니까 그 남자한테 카톡 안 와?"


"오고 있는데 어차피 나 지금 화장 지우고 있어서 카톡 못 봐"


"아.. 궁금하니까 손만 씻고 봐볼까?"


나는 궁금증을 못 이겨  손만 씻고, 후다닥 카톡을 보았다. 물론 몰래 보기로.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FOX 같은 내 모습에 나도 내게 놀라며 애써 그 모습을 외면하며, 친구에게 오두방정을 떨며 이야기했다.


"내일 점심밥 먹자는데...?? 이거 맞아?"


" 그 사람이 다슬이 너 많이 좋아하나 보네 그런데 너네 축제기간이니까 조명빨을 조심해야 돼"


"조명빨 심할 수 있어?"


"그럼! 그것도 아주 심하게 있지. 아예 다른 사람이 나올 수도 있어. 내일 날도 좋고 밝은 곳에서 가볍게 밥 먹어 다슬이 너 낯도 가려서 불편한 사람이랑 밥 못 먹잖아"


"아.. 모르겠다 얼떨결에 약속도 승낙했으니... 아악 난 몰라!! 샤워만 하고 돌아오겠소이다"


"응응 천천히 다녀오셔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걸쳐 앉아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 다음날


그에게서 전화가 한 2~3통이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강의 중이라 몰랐다.

나는 빠르게 카톡을 보냈다.(편의상 그 남자의 이름 한 글자를 따오겠다.)


다슬: 저 강의 중이라 못 들었어요


주: 아.. 그랬군요 다슬 씨 혹시 점심 말고 저녁식사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하지만, 동아리가 있어서


다슬: 그래요 후문 쪽에서 뵈어요

대충 만나는 대화는 이 정도로 정리를 해보았다.


드디어 저녁.


주와 만났지만, 어제 봤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인가?

친구가 말한 역시 '조명빨'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근처 레스토랑으로 갔고, 약속은 약속이라  그냥 먹으러 갔다.


" 드시고 싶은 메뉴 말해주시면 제가 영수증에 적을게요"


" 아 저는 파스타 먹을게요"

어느 정도의 긴장을 하고, 조명빨의 무서움을 느끼며 거의 대화가 없다가 그가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 저.. 사실 27살이에요 너무 마음에 드는 분이랑 식사하니 좋네요"


"네?? 네.."

표정이 굉장히 굳고, 대답은 매우 단답적인 느낌도 드는 단답이었다고, 마음에 문이 마감되었다.

.

'글쎄.. 굳이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서 왜 거짓말은 한 것일까?'

그는 '눈치가 없게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요?'라고 물으며 좋아하는 다음 데이트를 잡자고 하며 혼자 신난 모습에 이었다.


"하하..."

나는 예의상에 웃음을 지었다. 밥 먹다가 정색하는 것도 어이없고, 그저 비즈니스적 웃음을 지었다. 한 3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어색한 정막을 깼다.


" 저 거짓말하는 사람 무례하다고 생각해요."

장단을 맞춰 줄 것도 정도가 있지 혼자 신난 모습이 보기 불편해서 내 마음속 말을 내뱉었다.


" 나이 말고 거짓말한 것 없어요"

그의 표정은 어쩔 줄 몰라했으며 '번호를 딴 행위자체가 고백'인 게 분명했다. 역시나 표정관리를 못했기에 알 수 있었던 포인트다.


나는 말없이 물 한 모금을 마셨고, 식사를 끝나갈 때쯤 지갑을 꺼내고 계산을 하려는 찰나 그가 계산을 하고선 본인이 사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 제가 커피라도 살게요 카페가 실래요?"

식사에 대한 답례였다. Give&take처럼.


"아뇨 축제 가실 거면 데려다 드릴게요."


"괜찮아요"

그는 괜찮다는 내 말을 뒤로한 채 데려다주었다. 뭔가 그때는 데려다주면 나를 설득을 하고 분위기상 한쪽이 짝사랑하니,  뻘쭘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내 거절이 거절되었다.


내가 느낀 느낌은 '거슬림과 불편함'이었다.


축제를 즐기며 기숙사를 가서 샤워를 하고선, 베스트프렌드한테 이야기를 했다.

" 첫 만남에 나이 같은 사소한 거짓말인데 괜찮겠어?"

꽤 나이차이에 관대한 아이이기에 내게 말했다.


"아니.. 그리고 7살 차이잖아. 그리고 였튼 거짓말이잖아."


"응? 아.. 내 생각에서 사소하게 느껴졌는데 우리 나이에 7살 차이면 크긴 하지, 그리고 너는 그렇게까지 나이차이가 나는 거랑 거짓말한 게 크게 불편하게 보이긴 하네"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렇게 대화를 하며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곤 통화로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그냥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친구와 만나고 마음이 후련해졌다. 친구를 내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주'는 연락이 왔지만 받지 않았다. 

시간낭비인 스무고개였다. 그를 알아가려는 내 마음은 '자리비움'

그래도 그에게 마음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 에헤이 그래도 잘 걸렀다"

이 말을 들은 친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 걸렀다 네가 아까워 그런 거짓말을 달고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은 내가 반대일세"

그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신나게 놀고, ' 그놈'은  귀찮은 사람으로 낙인 시켰다.


그렇게 그를 잊고 살다가, 가끔 새해인사나 생일 이러한 기념일이나 학교의 사소한 행사를 핑계로 내게 톡을 몇 번 더 했지만, 친구랑 미친 듯이 놀아날 마음의 '자리비움'모드는 그대로였기에 연락을 읽고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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