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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슬 Oct 11. 2024

벚꽃 나들이.

"벚꽃 노래 부르지 말고, 집 근처에 벚꽃 많이 폈으니까 산책이라도 하고 와"


몇 년 전  봄날에 한 번도 벚꽃을 보지 못하여서 아쉬워지는 날에 씻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였다. 오랜만에 꾸미고 나갈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자동차 운전은 할 수 없지만, 나는 전동 휠체어를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긍정회로를 애써 돌리며 엄마의 제안에 혹 했었다.


"준비는 다했으니 다녀오겠습니다."

벚꽃 볼 생각에 신났었다.


"나가게?"

엄마의 걱정스러운 어투로 나에게 물으셨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4년 정도를 기숙사에서 살던 딸이랑 휠체어 타고 다니는 것을 직접 눈으로 오랫동안 보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아이 조심히 다녀올게요"

나는 능글맞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 말투에 엄마는 피식하고 웃으며 내가 나가는 모습을 보셨다. 일종에 배웅을 받는 기분이었다.


혼자 나가는 게 당연하게 나가면서 엄마와 나는 아주 조금씩 서로에게 정서적 독립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집 근처에 벚꽃 이 많기에 천천히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었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사진은 나중에 내 브런치북 배경이 된다.)


이렇게 찍은 사진도 찍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엄마가 주변공원으로 같이 가서 자동차 안에서 주로 보았었다. 그때는 전동휠체어를 타지 않고, 엄마가 케어를 해줬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봄에 대한 낭만을 혼자서 만끽할 때 처음에 '혼자서 벚꽃이라..'라고 생각을 했지만, 내가 기분이 좋으면 된 거네 라는 생각이 들어 개나리도 보고 벚꽃도 보고 신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마치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내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모르는 어떤 아주머니께서 내 뒤에서 말을 했다.


"야"

솔직하게 말해서 여기서 '야', '너'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 대답을 안 했다.


"어이"

나는 말없이 한 번 쳐다보곤 눈길을 돌렸다.


"장애인이 왜 나와 있어?"

나의 인상은 굳어졌다.


"장애인은 나오면 안 돼요?"

구시대적 이야기가 나올 것을 감지를 했어도 알면서도 이야기를 했다.


"아니, 장애인은 집에만 있어야지. 부모가 관리를 해야지."

건들지 말아야 되는 단어 '부모'


"18세 미만이 지난 성인이 장애가 있든 없든 혼자 다니는 게 뭐가 잘못된 거죠?"

나는 날이 선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여자잖아"

그분이 나를 위아래로 응시하였다.


"그러니까 아주머니 청소년이 아닌 성인인 여성장애인도 밖을 나가서 이렇게 돌아다녀도 도덕적이나 법적 문제가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왜 장애인은 집에만 있어야 되나요?"

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그분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분은 크흡하며 헛기침을 하시면서 다른 곳으로 가셨다. 다른 곳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안 좋아진 기분이 살짝 들었지만,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분이 나쁜 것이 사라졌다. 좀 더 돌아다니다가 전화가 와서 한쪽에 서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였다. 나는 그때 '언제 들어오냐'라는 이야기를 하시려는 건가 생각은 했었지만, 그건 엄마 스타일이 아니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디야?"


"저 집 근처에서 벚꽃구경하죠."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다슬아 바나나 좀 사 와줘"


"네?"

나는 갑자기 웬 바나나인가 싶어서 다시 물었다.


"바나나 사 와줘"

엄마도 이야기를 하시면서 웃음을 참는 것 같았다.


"네 사갈게요."

나도 웃으며 대답하였다.


주로 엄마가 가던 마트가 생각이 나서 그 마트밖에 생각이 안 나서 그쪽으로 가서 휠체어 뒤에 있는 보조기기를 이용하여 마트로 들어갔다.  바나나와 엄마가 지나가듯이 '요즘 딸기 먹고 싶은데 너무 비싸더라'라는 기억이 나서 바나나와 딸기 내가 먹고 싶은 젤리 두 봉지를 사서 결제를 하고 야무지게 봉투를 넣어서 집으로 갔다.


그날에 추억.


벚꽃을 보러 한 날 마트 간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찍어두었다. 집으로 와서 식탁에 올려놓자 엄마 눈은 휘둥그레졌다.


"뭘 이리 많이 사 왔어?"


"딸기 드시고 싶다면서요"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편한 옷을 입고 딸기를 먹으며 도란도란 엄마랑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바나나예요?"


"마트가 어디 있나 찾아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일단 말해본 거야"

갑작스럽게 말하려다 보니, 생각난 게 '바나나'여서 갑자기 먹고 싶은 거라고 하셨다.


"일종의 테스트네요."

나는 정곡을 찌르자 엄마는 머쓱하게 웃으셨다.


"아냐 바나나도 먹고 싶었어!"

엄마가 말씀하시고, 엄마는 내 입에 딸기를 넣어주셨다.


"딸기 맛있네요."


"그러게 잘 샀네."

굉장히 흐뭇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벚꽃 보니까 좋았어?"


" 네 예쁘게 꽃 많이 폈더라고요."


엄마랑 나는 딸기를 맛있게 먹었고, 엄마는 올해 먹은 딸기 중에 제일 맛있다고 하셨다.


이 날은 벚꽃도 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도 먹어서 여러모로 묘하지만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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