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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피아노 선율을 같이 그리다.

by 다슬

그에게 답장이 왔다.


“당연하지! 이번 주말에 시간 되니? 괜찮다면 내 연습실에서 같이 연습할 수 있을까?”

나는 그의 답장에 멍-하니 있다가 답장은 보내야지 싶어서 글을 썼다 지웠다를 계속 반복을 하고 있으니 먹이를 본 친구들은 연애프로그램 보는 사람들처럼 대리 설렘을 느끼면서 얼른 답장을 그냥 보내라고 하였다. ‘머리를 아무리 써도 지금을 좋을 때 아니야?’라고 하면서 30살치곤 좀 구수한 할머니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가.. 일단 고맙다고 주말에 날짜랑 시간 정하자라고 보내긴 했는데 지금 내가 ‘리스트’로 오케스트라로 한 사람한테 레슨을 배운다고..?”

나는 내가 말을 하면서도 얼떨떨하였다.

“뭐 그렇게까지 생각을 해”


한나와 연지는 엄마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보고 있던 영화를 끄고선 나를 더욱더 초롱초롱하게 보고 있었다.

“왜 보던 것 꺼?”

영화를 보다가 꺼버린 그녀들을 어이없게 바라보면서 다시 영화를 틀려고 하였지만, 그녀들이 내 손을 제지하였다.


“우리는 네 연애사가 더 재미있단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해서 더 얄미웠다.

“그런데 이런 부탁을 해도 되는 건지 난 진짜 모르겠다. 알아가는 사이인데 갑자기 이런 부탁이나 하고 말이지. 너무 무례하다고 느끼진 않을까?”

나는 혼란스러워서 그녀들을 보다가 짧게 한숨을 쉬고선 아이스크림으로 내 고민에 열기를 낮춰보려고 애를 썼다.


“아니! 서로 알아가는 사이니까 그냥 가볍게 생각해. 너 너무 진지해”

연지는 내 생각에 스위치를 끄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래, 네가 속물처럼 내가 알아가는 사람이 알아가는 피아니스트이니까 배워야겠다가 아니라 부탁이잖아. 부탁!”

연지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내 말에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녀들은 ‘마음을 가볍게 해라’라고 나에게 안심이 되는 말들을 쏟아부었다.

맞는 말이다.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 실사로 보는 거야?”


“그거는 또 우리가 봐줘야지”

서로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녀들이 조금은 짓궂었다.


로건이야기만 몇 시간 동안 하다가 우리 집에서 잠이 들고, 각자 출근을 하게 되었다. 뭐, 이것도 흔한 일.

그렇게 주 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토요일 약속한 오전 11시까지 전에 만난 카페로 갔다.


오늘은 슬랙스에 블라우스를 입고 그를 보러 가니 생각보다 ‘내가 일찍 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를 이 어색한 긴장감.


소개팅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나에게 스며들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내가 너무 일찍 왔나 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때랑 딱히 다를 것 없는 분위기였고, 시원한 에이드와 콜드블루를 주문하고 옥신각신 끝에 내가 결제를 해서 겨우 받아서 자리에 앉은 다음 먼저 한 이야기는 내 생각과 달랐다.

“요즘은 어떻게 지냈어?”


“프로그램 짜고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나름 바쁘게 지낸 것 같아.”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프로그램이야기부터 꺼내버린 내 말에 혼자 ‘아차!’ 싶었다. 그래서 나는 로건에게도 근황을 물어봤다.


“나는 한국어 공부도 하고 요즘에는 독주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

‘독주.. 멋있겠다.’라고 생각은 속마음 깊은 곳에서 이야기를 했다.


“무슨 곡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안돼.”

여전히 작약 같은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오늘은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왜 비밀이야?”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장난이고, 요즘에는 ‘리스트 마제파’를 다시 연습하고 있어. 이곡은 단독 공연에 쓰일 것 같기는 해”


“오.. 단독 멋지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칭찬을 하였다. 내가 칭찬을 하자 그는 얼굴이 부끄러운지 붉어지며 말을 돌렸다.


“여기서 연습실이 차로 한 40분 정도 걸려. 차 가지고 왔어? 나는 차 가지고 와서”


“나는 택시 타고 왔어”


“잘 됐네 차 한 대로 움직이면 되니까!”

그는 손가락으로 딱! 하고 소리를 내면서 소년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의 차를 타니 우드향이 났고, 클래식연주가 틀어져있었다. 그는 운전석에 타서는 내게 물었다.

“음악 원하는 것 있어? 바꿔줄게.”


“아니야 나 클래식도 좋아해!”


피아노 선율이 아닌 바이올린 선율이 자동차 안을 가득 채웠다.


“피아노는 배워본 적 있어?”

그는 긴장한 나를 힐끔 보면서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긴 했는데 잘 치진 못해”

머쓱하게 나는 대답을 하였다.


“오! 그러면 악보를 볼 줄 알겠네.”


“응 볼 수는 있는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마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지만, 그래도 그가 내게 스몰토크를 계속 시도를 해줘서 긴장을 조금은 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의 연습실에 도착을 하였다.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맴도는 연습실인 것 같아 조금은 다시 긴장이 되었다.

“치고 싶은 곡 있어?”


“이거..”

나는 주섬주섬 파일을 꺼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종이악보로 배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태블릿 PC보다 종이악보가 더 편하였다.


“음- 라벨 토카타?”

그는 갸웃거렸다.

“내가 고른 건 아니고.. 상사가 고르긴 했는데 바꿀 수도 있으니까..”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내가 쳐볼게.”

피아노에 앉자 그는 바로 본업모드로 쏙! 하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칠 곡이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었다.


“캐논은 칠 줄 알아!”

꽤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고 피아노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러는 나를 그는 귀엽다는 듯 보는 눈빛이었다.


내가 앉아서 치려는 순간, 그도 옆에 앉았다. 옆에서 보려는 건가 싶었는데 4 hands로 캐논 변주곡을 둘이서 쳤다. 캐논을 치면서도 그가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원래 나는 누구를 가르쳐줄 때 이렇게 하지 않아.”


“나는 왜…”

갸웃거렸다.


“서아씨가 즐겁게 배웠으면 좋겠어서요. 스스로 뽑은 곡도 아니니까.”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다른 곡들 들어봤어요?”


“라벨 토카타 빼고 들어봤죠.”


“흠.. 두 곡 다 쳐 줄 테니까 들어보세요”

그가 싱긋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그게 연주하기 편하도록 옆에서 서서 그의 연주를 들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착각도 들었다.

“너무 어려운데?”

곤란한 표정이 티가 팍팍 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의 연주에 박수를 쳤다.

“오늘은 캐논만 연주할까요?”


“좋아요”


“그런데 왜 피아노가 두 대나 되는 거예요?”

“합주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대답해 주듯 대답을 하였다.

“아.. 그렇구나”


“그럼 다시 연주해 볼까요?”



























나는 캐논이 이렇게 달달한 곡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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